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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재개는 안보리에 달렸다?

입력
2014.02.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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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으로 남북관계가 해빙기를 맞았으나, 다음 현안인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 과정에서 유엔 안보리가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관광 재개가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 제재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안보리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해 2월 내놓은 대북결의 2094호에서 핵,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관련 프로그램에 기여할 수 있는 대량의 현금(벌크캐시)의 대북 이전을 금지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때 북한이 매년 4,000만 달러 이상 벌어들인 점을 감안하면, 관광 수입도 대량의 현금으로 볼 수 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26일 "북으로 거액의 현금이 유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안보리 결의에 저촉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한쪽에서는 북한에 돈을 주면서, 우리가 다른 유엔 회원국들에게 대북 제재에 동참해달라고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남북한의 특수 관계를 감안하면, 단순하게 안보리 결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특히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려면 남북 교류를 금지한 5ㆍ24 조치의 폐기 내지 완화가 선행돼야 하는데, 이럴 경우 금강산 관광은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큰 목표를 실현하는 돌파구로 인식되는 만큼 안보리가 발목 잡을 가능성은 낮다는 논리다.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금강산 관광의 두 배가 넘는 연 9,0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자 미 의회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지만 흐지부지된 전례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적용해 문제 삼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관측이 엇갈리는 상황을 의식한 듯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금강산 관광이 대북제재 조항에 적용을 받는지는 안보리가 유권해석 권한을 갖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예단할 수 없다"고 한발 비켜섰다. 아직은 우리 정부가 의견을 표명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대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 고민도 묻어있다. 정부는 2008년 박왕자씨 피살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관광객 신변보장 약속을 내세우며 금강산 관광 재개에 신중한 입장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 같은 전제조건에 부정적이다. 우리 정부로서는 관광 재개에 대한 판단을 안보리로 넘기며 시간을 버는 게 향후 북한과 마주할 테이블에서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법일 수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산상봉 이후 북한이 비핵화 등 주요 현안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정부도 금강산 관광을 적극적으로 거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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