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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상속 분쟁 마침표

입력
2014.02.26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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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씨와 3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상속분쟁이 2년 만에 마침내 마무리됐다. 결과는 이건희 회장의 완승. 이번 상속분쟁은 단순히 재산싸움이라기 보다는, 실질적으론 27년 전 삼성그룹 승계를 둘러싼 오랜 앙금의 분출이었던 만큼 정통성 논란도 이제 종지부를 찍게 됐다는 평가다.

이맹희씨는 26일 상속재산 반환소송에 대한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이맹희씨는 이날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주변의 만류와 소송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가족관계라고 생각해 상고를 포기한다"며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가족 문제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이맹희씨는 지난 2012년 2월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부친이 남긴 7,000억원대의 상속재산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2008년 삼성 특검에서 차명형태로 남아있던 이건희 회장의 상속재산이 드러나자, 이맹희씨는 이중 일부를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여기에 다른 친인척들까지 가세, 소송가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났지만 1심은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달 열린 2심에서도 법원판결은 바뀌지 않았다.

이맹희씨는 상고의지가 강했지만, 자녀들이 극구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형집행정지 중인 아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반대했고 장녀인 이미경 부회장은 일본까지 찾아가 아버지에게 상고를 적극 만류했다"고 말했다. 폐암 투병중인 이맹희씨의 건강상태도 그렇고, 1ㆍ2심에서 완패한 만큼 대법원으로 가더라도 뒤집힐 가능성마저 희박해 소송의 실익이 전혀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애초부터 이번 형제간 싸움은 돈 문제가 아니었다. 장남인데도 부친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삼성 경영권 승계에서 밀려났던 '비운의 황태자' 이맹희씨는 이번 소송을 통해 자신이 정당한 계승자였음을 부각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 역시 1987년 그룹 승계와 함께 법적으로나 사실관계로 이미 끝난 문제를 이맹희씨가 다시 꺼낸 것에 대해 강한 분노를 표출했으며, 이번 소송을 통해 경영권 계승논란에 대한 확실한 쐐기를 박겠다는 입장이었다. 2심 진행 중 이맹희씨 측이 화해를 제의했지만, 이건희 회장측이 "정통성 문제가 어떻게 화해의 대상인가"라며 거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이번 싸움은 결국 이건희 회장의 압도적 완승으로 끝났다. 무엇보다 더 이상 삼성 계승자의 정통성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기 때문에 향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한층 편안하고 홀가분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법정공방이 끝난 만큼, 형제간 화해여부에 쏠리고 있다. 재벌가 집안싸움을 보는 시선이 워낙 따가웠던 터라 재계에서도 노년으로 접어든 두 형제의 용서, 나아가 단절된 삼성-CJ그룹간 관계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다 높다. 이건희 회장도 이날 변호사를 통해 "가족문제로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 가족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동안 쌓인 감정이나 현실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양측 모두 화해할 이유도, 화해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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