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암에 걸린 뒤 치료를 받아가며 직장생활 하는 사람이 약 32만5,000명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처음 나왔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이 조사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생존율이 높아져 일을 해가며 투병하는 암환자가 적지 않다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일본 정부는 이들이 치료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올 여름까지 지원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010년 국민생활기초조사에서 추산해 일본 직장인 가운데 암환자는 남성이 14만4,000명, 여성이 18만1,000명이라는 결과를 25일 발표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연령별로는 남성의 경우 60대가 6만1,000명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고 이어 50대(3만4,000명) 70대 이상(3만2,000명) 순이었다. 여성은 50대가 7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5만명, 60대가 3만4,000명이었다. 직장별로는 암환자의 28%가 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이나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업원 1~29명 회사가 26%, 100~499명은 19%정도였다.
한국도 사정이 비슷하지만 암은 일본에서 1981년 이후 줄곧 사망원인 1순위였다. 2011년에 암으로 숨진 사람은 약 36만명에 이른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노동가능 연령층(20~64세) 중 연간 22만명에 암이 발병하고 약 7만명이 암으로 숨진다. 하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 진단을 받고 5년 뒤 생존율은 계속 높아져 60% 가까이에 이른다.
후생노동성 연구팀의 2004년 조사에서는 암환자의 30%가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4%는 해고당했다. 모두가 원하지 않는데 직장을 그만 뒀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암 투병이 직장생활을 어렵게 한 중요한 원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 정부는 2012년 각의 결정한 암대책추진기본계획에서 '암에 걸려도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사회의 구축'을 들며 '일하는 세대를 위한 암대책 내실화'를 중점과제로 설정했다. 후생노동성은 암환자 취업ㆍ근로 지원방법에 대해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오는 여름까지 지원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이 신문은 덧붙여 암환자 취로지원단체 'CSR프로젝트' 사례도 소개했다. 이 단체는 암환자의 복직 준비나 직장에서 자신의 병을 설명하는 방식 등을 전화로 무료상담해주거나 매달 한 차례 암경험자들끼리 모여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모임을 주최하고 있다.
단체를 만든 사쿠라이 오미(47)는 암 발병으로 원치 않게 직장을 그만둔 사람이다. 건축설계사무소 수석디자이너로 일하던 10년 전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을 발견해 1개월 뒤 절제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이어갔다. 반년 뒤 복직했지만 항암제의 부작용에 따른 체력 저하로 전과 같이 일하기란 도무지 어려웠다. "일에 한창 보람을 느끼던 때"여서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는 심적 고통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후생노동성 자문단에도 참여하고 있는 사쿠라이 대표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건강상태나 병원 통원에 맞춰 일을 덜 수 있는 제도의 보급을 기업에 요구하는 등 환자들의 바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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