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임대차 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월세를 사는 사람에 대한 지원은 늘리고, 전세 지원은 줄여 전세수요를 월세로 돌린다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월세 세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 연봉 7,000만원을 받는 사람까지 월세액의 10%를 소득세에서 빼 주기로 했다. 반면 보증금 4억원(지방 2억원) 이상의 전세대출은 4월부터 정부 보증을 중단키로 했다. 현재 주택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어, 기존의 전세 중심 지원책을 바꾸는 건 옳은 방향이다. 실제 지난달 전국 주택 전ㆍ월세 거래에서 월세 비중이 46.7%에 달했다. 전세 거래가 많은 아파트의 경우도 월세가 38.2%나 됐다.
월세제도가 안착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합리적 월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전세 가격은 오랜 관행으로 어느 정도 지역별, 주택 형태별 기준이 나와 있지만, 월세는 일반적으로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값이 형성되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가 월세의 적정성을 따져볼 수 있는 데이터나 기준이 정부 차원에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또 월세 세액공제가 이뤄지려면 임대소득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집 주인의 협조가 관건이다. 정부는 집주인이 월세 소득공제를 신청하지 않는 조건으로 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일이 없도록 중개업소에 대한 행정지도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 월세 가격 급등 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월세는 개인간 거액의 채권ㆍ채무를 발생시키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적 제도인 건 분명하지만 전세에 비해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수도권 아파트를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면 연평균 577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전세 자금은 주택 구입 종자돈을 저축하는 역할을 하지만, 월세는 그냥 빠져나갈 뿐이어서 내 집을 마련하려는 서민이나 신혼부부는 선호하지 않는다. 현재의 주택 시장은 과도기적 상황이고, 민간뱅크 기능을 해 온 전세의 유효성이 여전하다. 전세의 월세 전환 정책과 함께 전세주택 공급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복합적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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