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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27일] 나를 움직인 의자

입력
2014.02.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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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비해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가 늘었다. 내가 먹고 싶은 안주를 손수 만들어서 작은 잔에 조금씩 마시는 술의 맛은 예사롭지 않은 즐거움이다. 여러 사람들과 마시는 왁자지껄한 술자리에서는 으레 후유증이라는 것이 뒤따르는데, 집에서 마실 때는 그런 염려를 안 해서 좋다. 며칠 전 밤에도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정말 난데없이, 거실에 놓여 있는 의자 두 개를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다. 그 의자는 내가 두 달 전쯤, 어둡고 추운 골목길에 버려져 있던 것을 주워다가 말끔하게 수리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술 취한 눈으로 갑자기 그 의자를 한참 바라보고 있다가, 아, 내가 지금 물건에 너무 집착을 하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마치 눈을 헤집는 쐐기처럼 날카롭게 머리를 스치는 것이었다. 사실 수리를 마친 후에도 나는 한 번도 그 의자에 앉아본 적이 없었다. 의자란 소용이 닿아야 빛이 나는 물건일 텐데, 이런 생각이 도무지 멈춰지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서 결국 마시던 술병을 잠시 내려놓고, 바람처럼 의자 두 개를 집어 들고, 애초의, 그러니까 아직 의자가 부서진 채로 놓여 있던 어두운 골목길에, 다시 사뿐 내려주고 왔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 드는 생각은, 내가 의자를 옮긴 게 아 의자가 나를 옮긴 것 아닐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의자가 나를 불러서 데리고 있다가 두 달 만에 되돌려 보낸 것이 맞는 것 같다는.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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