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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지하철역 인근 다문화 음식거리 4곳 "색다르네… 한접시 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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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지하철역 인근 다문화 음식거리 4곳 "색다르네… 한접시 추가요"

입력
2014.02.2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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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칼 마르크스) 어려우니 살짝 바꾸자. 입맛이 생각을 결정한다. 다문화가 어떻고 골치 아픈 논리를 늘어놓기 전에, 우리 곁에 살고 있는 고향이 먼 이웃들이 먹고 마시는 걸 한번 느껴보자. 혀는 살가워서 낯선 것을 부드럽게 익숙한 것으로 변화시킨다.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서울 시내 또 다른 다문화 음식거리를 소개한다.

이태원역 이슬람&아프리카 거리

6호선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약 100m 직진, 소방서 앞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언덕을 오른다. 마주치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그리고 200m 가량 올라가면 이슬람의 거리 풍경이 펼쳐진다. 이슬람 중앙성전 앞. 아랍인은 물론 인도, 파키스탄, 네팔, 아프리카에서 온 무슬림들과 섞여 그들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고기 할랄을 재료로 만든 케밥과 양고기 꼬치, 터키식 요구르트 아이란, 달콤한 디저트 바클라바, 애플티 등이 대표 메뉴. 가까운 녹사평역 주변에도 중동 음식점이 몇 곳 있다.

같은 출구를 나와 이슬람 성전 방향 언덕길에서 만나는 첫 번째 오른쪽 골목이 이화시장이다. 일명 아프리카 거리. 2000년대 들어 의류 수입업을 하는 나이지리아 인들이 여기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을 위한 식당과 카페가 있다. 이들도 대부분 무슬림이라 메뉴가 크게 다르지 않다. 키가 큰 검은 피부의 이웃들이 만들어주는 독특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중앙아시아 거리

2ㆍ4ㆍ5호선이 교차하는 동대문운동장, 아니 이제 미확인비행물체(UFO) 같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가 불시착해 있는 광희사거리에선 외계의 언어 같은 낯선 문자들을 볼 수 있다. 몽골 문자이거나 키릴 알파벳이다. 몽골과 더불어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온 의류상들이 동대문시장에 집결하면서 광희동 거리는 이제 '서울의 실크로드'로 불린다. 몽골식당과 카페가 층층이 들어선 뉴금호타운은 '몽골 타워'로 불린다. 양고기 요리가 주 메뉴. 우즈베키스탄인이 운영하는 사마르칸트는 양고기 전골을 비롯해 타바카, 플로브 등 다양한 중앙아시아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곳. 고려인 빵집도 있다.

동묘앞역 네팔 거리

동대문시장 주변과 창신동엔 옷과 장신구를 수입하거나 봉제공장에 취업해 일하는 네팔인들이 모여 산다. 10여년 전 이들을 위한 레스토랑이 생기기 시작했다. 에베레스트, 히말라얀, 나마스떼 등. 인테리어는 허름하지만 정통의 맛을 자랑한다. 가격은 시내 유명 인도 레스토랑의 절반 수준. 한국인 손님이 오면 포크와 나이프를 주지만 현지인처럼 손으로 집어 먹어야 제 맛이 난다. 탄두리치킨과 화덕에 얇게 구운 난을 다양한 카레에 찍어 먹는 게 주 메뉴. 네팔식 요구르트셰이크 라씨도 우리 입맛에 잘 맞다. 1호선 동묘앞역과 동대문역 사이에 있는 뿌자에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퓨전 메뉴도 있다.

혜화역 필리핀 거리

매주 일요일 생겨나는 거리. 동성고부터 혜화동성당까지 100m 남짓한 거리가 필리핀에서 온 이웃들의 장터가 된다. '작은 마닐라'라고 불리는 이 거리의 상점들은 모두 노점이다. 그래서 파는 음식도 길거리 음식의 멘털리티에 충실한 것들. 통조림, 과자, 과일 등 먹거리가 다양하다. 여러 가지 볶음 요리를 반찬 삼아 쌀밥으로 든든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고 바나나 튀김 같은 간단한 주전부리도 판다. 필리핀 맥주 산미구엘도 당연히 있다. 4호선 혜화역 1번 출구 나와 150m 앞.

유상호기자 shy@hk.co.kr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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