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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깨알 리더십'에 장관은 '열중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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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깨알 리더십'에 장관은 '열중쉬어'

입력
2014.02.2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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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 운영이 청와대 일방주의로 흘러 부처 장관의 목소리가 왜소화하고,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수행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부처 장관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부처 장악력 저하 등으로 인해 정책 집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취임 초기 140개 국정과제를 확정할 때부터 박 대통령이 각종 현안을 꼼꼼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 진작부터 '깨알 리더십' '직할 리더십' 등이 거론됐다. 최근 끝난 부처 신년 업무보고에서도 신학기 교과서 값이나 명태 남획 대책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등 국정 전반을 샅샅이 살피는 면모는 변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국정 전반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청와대로 급격하게 쏠리는 모양새도 뚜렷하다. 25일 발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내용이나 준비과정만 봐도 박 대통령이 경제나 외교 사안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도가 강하게 배어 있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계획안을 박 대통령이 대폭 손질하거나, 40여분간의 긴 연설에서 세부 내용을 백화점 식으로 일일이 거론한 점,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 마련 등이 그런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리더십을 두고 대통령이 국정 전반을 장악해 관료의 관행과 타성을 깨려는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공무원 연금 등 3대 공적 연금 개선을 언급한 것도 공무원 마인드에선 나올 수 없는 개혁적인 방향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책 집행을 뒷받침해야 하는 부처가 뒷전으로 밀려 대통령의 지시만 쳐다 보기에 급급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특히 박 대통령의 '깨알 리더십'이 권위주의적인 성향을 띠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을 부채질 한다는 지적이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담화문 발표에서 박 대통령이 제시한 방향 자체는 옳지만, 일방적으로 나열하는 모습에서 국민을 가르치려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권위주의 시대처럼 대통령이 목표를 제시하면 관료나 국민들이 일사 분란하게 뒤따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는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세세한 사항까지 직접 챙겼는데, 박 대통령이 그것을 보고 배운 영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또한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설득과 소통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으로 연결된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와 달리 지금은 정책 성공을 위해 복잡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누구나 '정답'은 알 있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복잡한 이해가 얽힌 상황에서 그 정답을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느냐다"며 "박 대통령이 '정답'을 일일이 제시하려는 생각 보다는, 핵심적인 의제와 관련해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지에 집중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위상이 크게 실추됨으로써 관가에서는 "현 부총리가 부처를 장악하기가 어려운 지경이 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에서 빚어진 구설수까지 감안할 때 현 부총리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당장 이번 3개년 계획에서 뒷전으로 밀려 우왕좌왕한 모습을 보인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침울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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