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자타공인 국내 최대 백화점. 하지만 '명품'에 관한 한 늘 열세였다. 때문에 대중 백화점인 것은 분명했지만 고급 백화점 이미지는 취약했다.
2005년 소공동 본점에 명품관 에비뉴엘을 열며 고급 백화점으로서의 도약을 시도했지만 그래도 1%가 부족했다. 경쟁 백화점에 모두 입점한 '간판'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끝내 끌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쟁사에선 "에르메스가 없는 데 무슨 명품 백화점"이라며 롯데를 저평가했고, 롯데 또한 이는 '콤플렉스'로 남았다.
하지만 롯데가 마침내 이 숙원을 풀게 됐다. 오는 5월 문을 열 제2롯데월드 에비뉴엘에 에르메스가 들어오게 된 것. 샤넬, 까르띠에, 루이비통까지 이른바 '4대 명품'라인업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일등공신은 해외명품유치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는 김지은(45)이사다. 그는 롯데백화점 내에서 '신화적 인물'로 꼽힌다.
원래 그는 롯데 공채 출신이 아니다. 1995년 성주인터내셔널에 입사한 이후 페라가모와 루이비통에서 상품기획을 담당하다 2012년 롯데백화점 해외패션MD팀장으로 영입됐다. 그리고 1년만인 지난 해 전국 롯데백화점에서 120곳의 국내외 명품 브랜드의 입·퇴점을 결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핵심보직인 해외패션부문장에 여성으론 처음으로 임명됐다. 이어 이 보직을 맡은 지 1년 만인 올해엔 이사로 승진하며 창사 이래 영업부문 첫 여성임원이 됐다. 살아있는 '기록제조기'인 셈이다.
김 이사는 26일 본지 인터뷰에서 명품유치의 비결로 "아무래도 20년간 명품 브랜드에 근무했고 지금은 백화점에서 일하다 보니 양쪽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명품브랜드는 높은 콧대 때문에 유치 자체가 쉽지 않고, 관계유지도 힘들다. 그래서 백화점 영업 중 가장 힘든 분야로 꼽힌다.
세계적 명품으로 꼽히는 A브랜드는 롯데가 그 동안 단기간 매출만으로 면적과 위치를 정해온 것이 늘 불만이었고, 그래서 사업은 더 이상 확장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잘 아는 김 이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A브랜드의 위상을 인정, 원하는 조건을 최대한 충족시켜주기로 했다. 대신 롯데 지방점포 등에 입점해달라는 역제안을 했고, 결국 이런 '기브 앤 테이크'를 통해 상당수 매장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협상에는 인내와 끈기가 최고"란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다. 중국에 오픈한 롯데브랜드는 명품 B브랜드를 유치하고 싶었지만, B브랜드측은 다른 중국 백화점에 이미 입점한 터라 굳이 롯데에 들어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때문에 아예 미팅조차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이사는 수개월간 10여 차례 이상, 심지어 당일출장까지 다니면서 B브랜드의 중국지사와 본사를 모두 설득했고, 이런 김 이사의 끈질긴 구애 끝에 결국 입점을 이끌어내게 됐다.
김 이사는 앞으로"고객들의 취향이 다양화하고 차별화되는 점을 감안해 타사나 면세점에서 찾아볼 수 없는 차별화한 명품 브랜드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유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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