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자리잡은 커피전문점 '카페이음'은 이 동네 명소다. 다른 커피점들과 달리 이 곳은 10대에서부터 80대까지 전 연령층이 찾는다. '모든 음성 이야기는 이곳을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네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카페이음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2,300원. 최근까지 1,900원만 받았다. 다른 커피전문점보다 훨씬 저렴하다. 27석 규모의 이 가게가 작년에 올린 매출은 무려 2억5,000만원에 이른다. 전년 실적(약 1억5,000만원)보다 60% 이상 뛰었다.
카페이음의 '대박'비결은 비단 군에서 제공한 탁월한 입지와 저렴한 커피 때문만은 아니다. 직원의 3분1을 채우고 있는 이주여성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 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글로벌투게더음성'의 소진원 사무국장은 "인구 9만명인 음성은 체류 외국인 6,500, 이주여성이 800여명에 이르는 다문화 도시"라며 "지역 특성을 잘 읽고 그에 맞는 경영전략을 짠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 손님도 있지만, 한국인들에게 이주민들에 대한 인식 전환 기회를 주고 이주여성들에겐 양질의 일자리 제공으로 한국 정착을 돕기 위한 것인 만큼 이 취지에 공감하는 지역민들로 늘 북새통이라는 것이다.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삼성사회봉사단의 후원으로 2010년 말 만들어졌다. 본래 사업은 음성군 다문화지원센터의 위탁 운영이지만, ▦카페 운영 ▦친환경비누 생산(공방) ▦교육사업(바리스타 양성) 등 수익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을 다시 다문화지원센터에 재투자하는 등 지속성장 틀을 다졌다. 글로벌투게더음성은 카페이음 1호점 인기에 힘입어 작년 2월 인근 대소면에 2호점을 추가로 오픈했고, 비누 공방과 바리스타 아카데미도 잇따라 열었다. 정규직 직원만 39명에 이르고 이중 3분의 1이 이주여성이다.
맛과 서비스도 충북 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이 커피전문점은 삼성으로부터 포괄 지원을 받고 있다. 사이드 메뉴 빵과 쿠키를 만드는 직원들은 신라호텔 파티쉐로부터 훈련 받았고, 직원 모두가 에버랜드 서비스아카데미에서 서비스 교육도 수료했다. 회사 관계자는 "시골의 작은 커피점이지만 수준은 삼성급"이라고 말했다.
삼성 역시 단순 자금지원만으론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설립 보다는 설립 이후 지원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비스교육은 물론, 상품개발 판로개척 회계ㆍ마케팅까지 '토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사회적기업에 대해선 경영노하우 전수를 위해 전문교육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가 2010년 출자해 설립한 종합건설사 '포스코휴먼스 스틸하우스부문'도 지역 맞춤형으로 성공한 사회적 기업이다. 공사 현장 근로자 채용 땐 '지역민 우선 채용'이 회사의 기본 경영방침. 회사 관계자는 "현지에서 직접 인력을 조달하다 보니 출퇴근에 따른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이 직접 공사에 참여해 공사 내용을 잘 알다 보니 오해에서 비롯되는 민원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수주는 경북 포항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강원 인제나 전남 광양 등의 공사도 처리하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 무슨 공사를 하든 해당 지역민을 우선 채용한다는 소문 덕분에 공사 수주(매출)는 물론, 일자리 창출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포항시 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경섭 포스코휴먼스 스틸하우스부문 경영기획실장은 "사업 시작 첫해이던 2011년 22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지난해 161억원을 기록했다"며 "사업 특성은 물론 해당 지역의 특성까지 고려한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만 사회적 기업들도 지속성장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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