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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전쟁서 밀린 팬택… '원조 벤처' 또 워크아웃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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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전쟁서 밀린 팬택… '원조 벤처' 또 워크아웃 신청

입력
2014.02.2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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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원조'격이다. 직원 5명의 무선호출기(삐삐) 회사로 출발해 세계 톱7의 휴대폰 제조업체로까지 성장했던 '창업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한차례 침몰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기적처럼 살아나 '재기 신화'까지 썼지만, 결국 또 다시 생사기로에 처하게 됐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벤처신화, 창업신화는 가능한 것일까'라는 회의감도 높아지고 있다.

팬택은 25일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금융기관과 협의를 거쳐 주주협의회에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2011년 말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2개월 만에 또다시 워크아웃행을 택하게 된 것이다. 팬택 관계자는 "현재로선 워크아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채권단과 협조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전화기 제조업체이던 맥슨전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했던 박병엽 전 부회장이 1991년 세운 팬택은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창업기업으로 꼽힌다. 삐삐 제조로 히트를 친 팬택은 휴대폰 시대가 도래하자 발 빠르게 사업방향을 전환, 현대전자 휴대폰부문(큐리텔)과 SK 휴대폰제조사인 SK텔레텍(스카이)을 차례로 인수, 일약 글로벌 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 23년 동안 4,800여건의 특허를 등록했고, ▦2004년 지문인식폰 ▦2011년 동작인식 LTE폰 ▦2013년 몸체를 감싸는 금속 안테나 스마트폰 등을 최초로 선보일 만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았다.

첫 번째 위기는 2007년에 왔다. 너무 무리하게 세계시장을 공략하다가 자금난에 봉착, 결국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하지만 채권단 관리아래 각종 제약 속에서도 연구개발(R&D)투자와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다했고, 그 결과 워크아웃기업으로는 경이적인 18분기 연속(2007년 3분기~2011년 4분기) 흑자기록을 세우며 조기졸업에 성공했다. 국내 시장에선 한때 LG전자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워크아웃 졸업과 함께 시도한 재기는 2년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발목을 잡은 건 기술력이 아니라 자금력. 이미 돈 싸움터(보조금경쟁)가 돼버린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비해 자금력이 현격하게 떨어지는 팬택으로선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팬택 관계자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기술력 대결이 아니라 보조금을 앞세운 마케팅 대결"이라며 "브랜드파워가 떨어지고 실탄마저 없는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 전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계급장(브랜드)를 떼고 붙으면 누구랑 싸워도 자신있다"고 말한 것은, 팬택의 현실적 한계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지난해 최장 66일 이어진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정지는 내수에만 의존하던 팬택에게 직격탄이 됐다. 결국 작년 3분기에만 1,900억원의 적자가 났고, 박 전 부회장도 경영일선에서 퇴진했다. 전체 직원의 약 30%인 800명이 6개월 무급 휴직에 들어가는 고강도 구조조정도 실시했다.

하지만 점점 더 심해지는 보조금경쟁구조 아래 팬택은 자력 생존의 임계점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팬택 관계자는 "무급 휴직자 중 상당 수가 이미 퇴사해 복직할 인원이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신제품 출시일정을 최대한 맞춰 어떻게든 재기에 성공하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힘겨운 생존싸움을 해왔던 팬택이 또다시 좌초위기를 맞은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벤처기업, 창업기업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팬택이 보여주고 있다"며 "자칫 창업육성열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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