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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2월 26일] 대학신문, 대학동, 대학로

입력
2014.02.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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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학보사에서 원고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 학보사 기자가 나중에 내 글이 게재된 신문을 부쳐주었는데, 타이틀이 '대학신문'이라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서울대 학보에서 청탁을 받은 게 아니었나? 글을 어디에 싣는지도 모르고 있었나 싶어 지면을 뒤적거려보니 서울대 신문이 맞기는 했다. '대학신문'이라면 대학에서 나오는 신문들을 가리키는 일반명사거나 각 대학들의 신문연합이거나 뭐 그럴 것 같은데, 특정 학교의 학보 이름으로 쓰인다는 걸 그때서야 알았다. 얼마 전에는 또 우연히 서울대 인근 동네의 이름이 '대학동'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흔히 신림동으로 불리지만 정식명칭은 그렇단다. 대학이 있는 동네라도 아무데나 '대학동'이 될 수는 없을 텐데, 서울대의 경우는 가능한가 보았다. 그러고 보니 혜화동 일대가 '대학로'로 불리는 것도 예전에 서울대가 있던 곳이기 때문이지. 일반명사를 고유명사로 전유하는 경우가 이 뿐은 아닐 것이다. 가령 미국야구 포스트시즌의 최종 리그는 '월드시리즈'라 불린다. '서울대=대학'이 되고 '미국=세계'가 되는 셈이다. 일단 굳어진 말을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에서 지내다 보면 무덤덤해질 수도 있겠지만, 밖에서 보면 좀 괴상하긴 하다. 시야와 이동에 한계가 있어 바깥 세상에 아예 무지하다면 모를까, 서울대 바깥에 수많은 대학이 있고 미국 바깥에 수많은 나라가 있다는 걸 결코 모를 수 없는 시대니 더더욱.

신해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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