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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치유 천사, 원망 대신 기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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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치유 천사, 원망 대신 기부합니다"

입력
2014.02.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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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인재를 육성하고 좋은 학교를 만드는 데 보탬이 된다면 딸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겁니다."

경주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사고로 숨진 고(故) 박주현 양의 아버지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써달라며 학교와 성당에 수천만원을 기부했다.

24일 부산외국어대 등에 따르면 박양의 아버지 박규생(52)씨는 이날 딸이 입학할 예정이었던 부산외대 비즈니스일본어과와 모교인 덕문여고, 부산 이기대성당에 박양의 이름으로 각각 1,004만원씩 총 3,012만원을 기부했다.

박씨는 부산외대와의 기부 약정서에 "건강상의 문제로 학업을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치료 목적으로 사용해달라"고 적었다. 아픈 학생에게 써달라고 명시한 것은 박양이 고교시절 몸이 아파 학업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박양은 교사와 친구들의 도움으로 공부할 수 있었고, 이 점에 대해 평소 고마움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이기대성당은 박양이 사고 발생 두달 전인 지난해 12월 세례를 받은 곳이다. 당시 박양은'라파엘라'라는 세례명을 직접 선택했다.

아버지 박씨는 지난 20일 이기대성당에서 열린 박양의 장례미사때 '원수를 사랑하라', '왼쪽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도 내줘라'는 성경 구절을 들으며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박씨는 경찰 수사본부와 유족들에게 사고 관계자들을 선처해줄 것을 당부하는 탄원서도 제출했다. 수사본부에 제출한 탄원서에서 박씨는 "제 딸의 세례명인 '라파엘라'의 뜻이 '치유의 수호천사'라고 한다. 이번 일로 많은 분들이 상처를 입었고 충분히 책임을 느끼고 있기에 추가로 형사 및 행정제재를 엄격하게 하였을 경우 또 다른 상처가 남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저희 가족이 바라는 것은 사고의 원인을 정확히 밝혀 설계기준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유사ㆍ동일한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코오롱측에도 탄원서를 보냈으며, "이번 일로 혹시 해고당하는 직원이 있을까, 무거운 처벌을 받는 리조트 관계자가 있을까 걱정된다. 악연을 빨리 끊고 싶다"고 지인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다른 유가족들에게 쓴 편지에서도 "이번 일로 모든 분들이 가슴에 상처를 입었다. 사고 관계자들에 대한 원망은 모두 거두고자 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다만 박씨는 "이번 탄원서는 전적으로 개인적으로 제출한 것으로, 딸도 아버지가 한 일을 기뻐할 것"이라며 유족 전체의 뜻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박양의 어머니는 "딸이 세례명을 고를 때 '나는 치유의 수호천사인 라파엘라, 그 천사가 참 좋아'라고 말했던 게 떠오른다"며 "생전에 친구들과 싸우거나 문제 일으키는 것을 싫어한 딸 아이를 대신해 아빠가 쓴 연서로 봐달라"고 전했다.

박양과 함께 리조트 붕괴사고로 숨진 고혜륜(19ㆍ부산외대 아랍어과)양의 부모도 이날 부산외대를 방문, 보상금으로 장학금을 조성해 학교에 맡기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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