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과서가 다문화 사회의 중요성을 다루면서 정작 다문화 가정, 이주노동자들은 여전히 '주변인'이라는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성신여대 산학협력단이 고교 사회 교과서 5종을 분석한 '행복교육 실현을 위한 글로벌 시민교육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교과서는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은 학교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구직, 교육 과정에서 불리해 사회ㆍ경제적 갈등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적고 있지만 이런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서술은 생략돼 있다. 보고서는 "부적응, 실패를 소수 집단의 문화적 특성으로 돌릴 여지를 주고 있다"며 "문화다원주의의 가치를 지지하는 경향은 보이지만 교과서의 서술이 관용,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산학협력단은 보고서에서 다양한 민족 문화가 유입되는 현상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한국 문화'와 '외국 문화'를 의도적으로 구분하고, '우리'의 시선에서 '그들'을 묘사하는 서술 방식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책임자인 조대훈 성신여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연민과 동정의 대상으로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을 생각하기 쉽다"고 말했다.
또한 일부 교과서는 "우리나라로 이주한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출산율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준다. 또 국제결혼을 통한 결혼 이민자는 농촌 지역의 인구감소와 성비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문제의 해결에 도움을 준다"고 기술하는 등 국가주의적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됐다. 조대훈 교수는 "무늬만 문화다원주의를 견지할 게 아니라 한국 사회가 나아갈 지향점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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