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처음 출시됐던 신용카드는 우리나라에서 줄곧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전성기를 맞기 시작한 건 외환위기 이후였다. 정부는 신용카드 사용을 늘리기 위해 각종 지원책을 쏟아냈다. 1999년 현금서비스 한도를 폐지했고, 그 해 소득공제 제도도 도입했다. 2000년에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도도 실시했다. 자영업자들의 세금 탈루를 막아 세원을 늘리고 내수를 진작하겠다는 의도였다.
물론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2003년 카드사태로 급제동이 걸렸다. 카드사들이 정부정책을 등에 업고 무분별하게 카드를 발급하면서 신용카드 연체율이 30% 가까이 치솟았고, 이 때문에 거리로 나앉은 신용불량자가 400만명이 넘었다.
카드업계 구조조정이라는 큰 회오리가 몰아쳤지만, 신용카드 시장은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카드 발급이 늘어났고, 카드사용도 증가했다.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수도 2011년 4.9장으로 정점을 찍고 2012년 4.6장으로 소폭 줄었지만 카드사태 직전인 2002년과 비슷한 수준까지 늘어났다. 가처분소득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 비율도 2012년 43%로 2002년(40.8%)보다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신용카드 팽창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많다. 카드사태라는 대형 충격에 의해 제동이 걸린 2003년과는 달리 이번에는 추세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보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체크카드 활성화 정책에다 정보유출 사태까지 겹치면서 이제는 흐름 자체가 바뀌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최대 수익원인 신용카드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신용카드 공제율을 10%로 낮추려고 했다가 무산된 것도 카드업계의 강력한 로비 때문이었다. 한 카드사 임원은 "체크카드의 경우 수수료 수입이 미미해 신용카드가 급격히 위축되는 경우 카드업계의 타격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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