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를 비롯한 북촌 일대 갤러리들이 미디어아트 전시 '하늘땅바다'를 동시에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호주 미디어아트아시아퍼시픽(MAAP)의 순회전으로 한국, 중국, 호주 3개국을 돌며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동시대 예술가 20여명의 영상 작품을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아트선재센터, 이화익 갤러리, 원앤제이 갤러리, 옵시스아트, 갤러리 인, 갤러리 스케이프 등 6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전시의 제목인 '하늘땅바다(LANDSEASKY)'는 수평선으로 표현되는 세 가지 요소를 가리킨다. 수평선은 가장 단순하게는 평면이나 지면을 가로지르는 한 줄의 선으로 표현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평선을 통해 예술과 삶에 있어서 인간의 지각을 근본적이고 복합적으로 탐구한 작가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트선재센터는 얀 디베츠와 호아오 바스코 파이바, 그리고 김수자의 작업을 전시한다. 네덜란드의 개념미술가 얀 디베츠는 미디어아트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수평선II'(1971)과 '수평선Ⅲ'(1971)는 평평하고 추상적인 스크린 공간에 작가가 카메라 프레임을 조작하며 촬영한 여러 각도의 수평선을 보여줌으로써 수평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김수자는 '보따리-알파 비치 나이지리아'(2001)에서 수평선을 180도 전환해 보여준다. 식민지로 향하는 노예선의 출발지였던 알파 비치의 뒤집어진 수평선은 역사와 운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 대신 공포와 비극을 투사하는 장소가 된다.
옵시스아트에 작품을 전시한 호주 작가 크레이크 월시는 자신이 경험한 환경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을 이용해 작업한다. 서호주 필바라 지역의 버럽 반도에 무루주가라고 부르는 매우 특별한 지역이 있다. 원주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이곳에는 96개의 선돌이 밀집해 있다. 월시는 하루 양극단의 시간인 일출과 일몰에 바위의 형상들을 가로지르는 빛의 변화를 기록하고 그것을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통해 부드럽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이화익갤러리는 인도의 실파 굽타, 호주의 로렌 브린캣, 정연두의 작품을 전시한다. 정연두는 타인의 기억을 대변하고 해석하여 구성한 사진과 비디오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스틸 이미지나 동영상은 수작업으로 공들여 만든 무대를 보여주는데 이 무대 장치들은 작품의 주제, 사건들과 무대 배경에 대한 기억을 실시간으로 재구성한다. 전시에 나온 작품은 두 폭의 영상물로 '수공 기억' 연속 시리즈 중 하나다. 하나의 모니터에선 기차 여행을 하고 있는 어르신이 자기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또 다른 모니터에서는 미리 녹화된 기찻길 장면이 연출된 환경 위에 놓인다. 우리는 점차 이미지와 이야기의 조합 안에서 여러 개의 공간의 층을 깨닫게 된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여섯 곳을 옮겨가며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각 전시장 작품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적 '사이'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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