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는 '물 정상회의(Water Summit)'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2030년 무렵이면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경제포럼의 '2014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 역시 '물 부족'을 '선진국 재정위기', '구조적 실업'에 이은 세 번째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이 보고서는 700명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향후 10년 동안의 잠재적인 위험요인을 분석한 것이다.
이처럼 물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각종 물 관련 재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스마트 물 관리'가 미래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스마트 물 관리'는 수자원 및 상하수도 관리에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매우 높은 수준의 IT 기반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이의 도입과 확산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유일의 물 관리 공기업인 K-water를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미래지향적 선진 물 관리 시스템 구축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올해 초, K-water는 원수에서 수도꼭지까지 '스마트 워터 그리드'를 실현해 물 공급 전 과정에서 수량과 수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는 정보통신기술과 최첨단 수처리 기술을 연계한 지능형 물 자원 이용 순환체계로, 용도에 적절한 수질의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물 낭비까지 줄일 수 있는 친환경적인 시스템이다.
하지만 인류의 생존과 미래를 위협하는 물 부족은 몇몇 선진국의 '스마트 물 관리'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 부족이라는 지구촌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긴밀하고도 실질적인 협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물위원회(WWC)는 1997년부터 3년마다 '세계 물 포럼'을 열어 오고 있다. 세계인에게 사회ㆍ정치ㆍ경제ㆍ문화 전반에 걸친 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시키면서, 이의 슬기로운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세계 물 포럼'은 지구촌 200여 나라에서 무려 3만 명이 넘는 정부 관계자와 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지구촌 최대의 물 관련 국제행사다. 지금까지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포럼이 열렸다. 그런데 2015년 우리나라의 대구ㆍ경북에서 '제7차 세계 물 포럼'이 열린다. 대한민국이 주축이 되어 세계 각국의 물 전문가와 함께 지구촌의 물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과 비전을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제7차 세계 물 포럼'은 우리나라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우리나라의 물 산업 발전상을 세계 각국에 알리는 한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세계 물 시장에 우리 기업이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물과 인류복지, 통합수자원관리, 상하수도 처리기술 고도화, 해수 담수화 등 선진기술과 여러 실증적인 경험 등을 세계와 공유하게 되는데, 이는 대한민국이 지구촌의 물 관리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고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디딤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0년 제2차 세계 물 포럼을 연 네덜란드는 자국 중심의 워터 파트너십 구축 등을 통해 세계적인 물 강국으로 도약했다. 교토, 오사카 등에서 제3차 포럼을 연 일본도 아시아 물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많은 국가가 물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해 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2015년 세계 물 포럼 개최는 대한민국이 미래 물 관리를 선도하고 세계 물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2015 세계 물 포럼의 성공 개최를 위해 정부와 기업, 유관기관 등에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다. 한 방울 한 방울의 빗물이 모여 커다란 강을 이루듯 국민의 관심과 응원이 모여 제7차 세계 물 포럼의 성공 개최, 나아가 지구촌 물 문제 해결의 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한건연 한국수자원학회 회장
ㆍ경북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