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3월이다. 아직까지는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패션계는 이미 봄 맞이에 한창이다.
올 봄에는 계속되는 불경기에 최근까지 대세이던 실용적이면서도 간결한 미니멀리즘 대신, 파스텔톤에 꽃무늬를 더해 여성미를 한껏 강조한 스타일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성복 역시 칙칙함을 벗어나 푸른색 계통에 기능성 소재를 사용한 편안한 실루엣의 스타일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파리와 밀라노, 뉴욕 등 내로라하는 여성복 해외 컬렉션에서는 다채로운 색상과 무늬로 화려한 스타일이 대세로 떠올랐다. 미국 브랜드 '데스킨스 띠어리'는 올 봄·여름 뉴욕컬렉션에서 짧은 상의(탱크톱)와 치마 위에 드레스를 겹쳐 입어 분홍과 주황 등의 색상이 서로 섞인 것처럼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도 꽃잎이 옷에 붙어 있는 듯한 상의와 치마를, 미국 브랜드 '토리버치'는 디자이너 자신의 집 뒷마당에 심어져 있던 야생화를 무늬로 활용하고, 이탈리아 브랜드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파스텔톤의 꽃무늬를 주요 주제로 삼았다.
국내 브랜드들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패션연구소 노영주 연구원은 "올 봄에는 파스텔톤 색상에 시폰, 실크 소재를 활용하고 꽃무늬를 더해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한 의상이 유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스텔톤 색상 가운데서도 마카롱과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이른바 '디저트 컬러'로 꼽히는 분홍과 보라 등이 주요 색상으로 꼽힌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파스텔톤은 자칫 촌스럽거나 소녀로만 보일 수 있는데 이번에는 고급스러운 소재를 사용하고 카디건과 셔츠 등 성숙한 품목에 반영한 게 특징이다. 또 여성스러움의 결정체인 꽃무늬가 의류는 물론 액세서리, 신발, 가방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LG패션 최경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전체적으로는 무난한 디자인을 선택하되 파스텔톤이나 꽃무늬 재킷을 덧입으면 편안하면서도 올 봄 패션 트렌드에 맞는 코디법을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살결이 비치는 시폰 소재 의상을 단독으로 입는 게 부담스러우면 트렌치 코트와 입는 것도 추천한다. '빈폴레이디스'의 허은경 디자인 실장은 "트렌치코트에 발레리나를 연상시키는 샤 스커트를 입으면 트렌치코트의 단정함에 샤 스커트의 로맨틱함이 더해져 출퇴근 복장으로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가방은 작은 크기의 미니백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미니백은 브랜드의 주요 디자인 제품을 소재, 색상, 무늬 등을 똑같이 만들되 절반크기로 선보이는 제품들이 많다. 작은 사이즈의 가방이 인기를 끄는 것은 스마트폰의 범용화로 소지품이 줄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올 봄에는 하늘색, 분홍색 등 가방 역시 파스텔톤 색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남성복은 지난 해까지 짙은 회색에 와인으로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이 인기였다면 올 봄에는 푸른색 계열이 인기를 끌 전망이다. 정장은 짙은 남색부터 밝은 파랑까지 다양하게 출시돼 세련되면서도 경쾌한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다. FnC코오롱의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의 손형오 디자인 실장은 "남색 정장은 단정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어떤 직업과도 잘 어울리는데 여기에 린넨 소재의 타이로 포인트를 주면 좀 더 세련되고 프로다운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타일은 몸에 꼭 맞는 핏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이 점차 확산되면서 편안한 스타일이 유행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패션업체들은 아웃도어나 운동복의 바람막이 재킷을 연상시키는 재킷이나 넉넉한 셔츠와 바지 등의 신제품을 준비 중이다.
편안함을 느끼게 하면서도 날씬해 보이는 실루엣을 살리기 위해 소재도 더욱 진화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갤럭시'는 극 세번수로 제직한 초경량의 소재와 부자재를 활용하고 안주머니에 전자파를 차단하는 기능을 넣었다. '로가디스컬렉션'은 탈취, 얼룩방지 등의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대거 내놓는다.
또 상하의를 세트로 입기 보다는 정장과 운동화, 재킷에 폴로 티셔츠 등으로 조합하는 식을 추천한다. 이때 상하의를 같은 색으로 입지 말고 상의가 짙은 색이면 바지는 옅은 색, 상의가 옅은 색이면 바지는 짙은 색으로 하고 상의가 무늬가 있는 소재면 바지는 단색으로 입는 것이 잘 어울린다. 갤럭시의 이현정 디자인 실장은 "남성복의 캐주얼화가 지속되면서 올 봄에는 면혼방 소재의 가벼운 셔츠형 재킷과 신축성이 좋은 푸른색 계열의 바지 등이 대거 출시될 것" 이라고 말했다.
넥타이처럼 조이지 않으면서도 목을 따뜻하게 보호해주고, 재킷과 어우러져 멋스러운 봄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스카프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카프 색상은 가급적 셔츠 컬러와 맞추는 것이 좋지만 셔츠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부분이기 때문에 무늬는 다소 화려한 것을 골라도 무방하다. 스카프는 또 행커치프(양복 가슴 포켓에 壤컸求?작은 천)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열린 이탈리아 박람회 피티 워모의 참석자들은 단색 정장에 다양한 색상의 스카프를 두르거나 행커치프로 활용해 자유분방한 느낌을 나타냈다.
LG패션 남성복 '마에스트로'의 윤종현 디자인 실장은 "남성복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되던 소재나 무늬에 아웃도어나 운동복 스타일과 접목되면서 캐주얼한 느낌을 살린 제품들이 대다수"라며 "푸른색 계열로 여유로운 실루엣의 바지와 재킷을 입으면 활동성을 더하면서도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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