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일본 오키나와 캠프는 활력이 넘친다. 지난해 가을 야구를 하지 못한 뼈아픈 경험이 오히려 약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여덟 차례 연습 경기에서 5승1무2패로 순항하는 이유도 재도약을 위한 선수단의 똘똘 뭉친 정신력 덕분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흐뭇하기만 하다. 선수들이 스스로 위기 의식을 느끼고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전 위주의 캠프에서 이 감독은 선수단 사기 진작을 위해 승리하는 연습 경기에 투ㆍ타 최우수선수(MVP)를 뽑아 각각 1만엔씩 포상금을 지급한다. 모두 이 감독의 사비다.
결승타를 치거나 무실점 피칭을 하는 선수들이 MVP 대상이다. 그러나 ‘상금 헌터’는 따로 있다. 바로 백업 포수 허웅이다. 일본에서 연습 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번의 MVP 타이틀을 가져가지 못했지만 가장 많은 상금인 2만5,000엔을 손에 넣었다.
사연은 이렇다. 외야수 조동화가 2번의 MVP에 선정됐을 때마다 상금을 허웅에게 건넸다. 투수조 MVP로 뽑힌 왼손 계투 진해수 역시 상금의 절반인 5,000엔을 전달했다. 1군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도 음지에서 묵묵히 선수들의 훈련을 돕는 성실한 자세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SK 관계자는 “팀 내에서 허웅은 그림자 같은 존재로 평가 받는다”며 “평소에도 선수들을 꼼꼼히 챙겨 선수단 사이에서 신망이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사이드암 백인식은 “공이 좌우 어디로 가든 파닥파닥 움직이며 공을 잘 잡는다”며 놀라워했다. 왼손 계투 진해수 역시 “나를 키운 8할은 허웅 선배다”고 밝혔다. 허웅은 조인성, 정상호 등 쟁쟁한 포수들의 그늘에 가려 2군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여러모로 SK 캠프는 훈훈한 분위기다. 오키나와=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오키나와=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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