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49>공평함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49>공평함

입력
2014.02.24 07:06
0 0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중에 하나가 공평함이다.

예전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도 마찬가지고 게임 전 배팅 연습시간에 한 선수당 보통 5개씩 4번 정도 로테이션으로 진행을 한다. 그런데 몇몇 선배 선수들은 5개를 치고 나서도 더 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기다리는 후배들이 나오라는 이야기를 하긴 쉽지 않다. 문제는 같은 조의 선수들만이 아니고 그 뒤의 선수들도 밀리게 되며, 마지막 조의 선수들은 결국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배팅 연습을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더욱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후배들에게 실례가 된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의 경우 정해진 개수 외의 타격을 하게 되면 나머지 선수들이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 친구들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대신에 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다. 나의 귀중한 시간을 다른 선수가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부족하다 생각되면 정규 연습이 끝나고 충분히 나머지 연습을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규정을 어기는 선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와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 중 하나가 선ㆍ후배 문화일 수 있다. 이 친구들은 상대 방을 부를 때 선배고 후배고 누구에게나 단순히 이름만 부른다. 그리고 누구하고나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다.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 우리와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이 아이가 몇이 있든 똑같이 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데리고 햄버거를 먹으러 가면 우리는 보통 콜라를 한 개만 시켜서 “사이 좋게 나누어 먹어라” 라고 이야기 한다. 이유는 탄산 음료가 몸에 좋지 않고 조금이나마 돈도 아끼기 위해서다. 그러면 보통 아이들은 다투게 된다. 서로 조금 더 먹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큰 아이에게는 형이니까 양보를 하라고 하며 동생에게도 동생이니까 양보를 하라고 한다. 결국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상황이 종료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아무리 작은 아이에게도 본인이 원하는 햄버거와 콜라를 각각 사주는 것이 기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형제, 자매 간에 싸울 수 있는 원인 자체를 없애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경쟁 상대가 아닌 하나의 완전한 인격체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형제간에도 부모에게 이쁨을 받기 위해 경쟁이 시작되며 양보하기를 강요 받는다. 더군다나 동생들은 옷이고 책이고 형이 입고 쓰던 것을 물려받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환경이었다. 그렇다고 이 곳 사람들이 값비싼 물건을 사주는 것은 아니다. 단지 본인의 것은 분명하게 본인의 몫으로 정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이기에 연습 시간에 나의 연습을 방해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고 그렇게 하는 선수들도 보기 힘들다. 배팅 연습 시간에 5개를 치면서 얼마나 스스로 마음에 들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하나 더, 하나 더 치고 싶은 것이 누구나 같은 마음이다. 이것을 자제하고 나오기는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상황을 어린 나이부터 생활을 통해 익숙해지게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규정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해 주는 것이라 생각 한다. 하지만 우리 문화는 의존적이거나 지배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 보통 처음 사람을 만나게 되면 첫 질문이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라고 물으며 정확하게 관계를 정리한 후 수직 관계로 시작한다. 더군다나 운동선수들 사이에서는 선ㆍ후배 관계의 공평성을 논하기 조차 어렵다.

야구 선수로서 내 스스로가 얼마나 공평하게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작은 부분부터 변화를 시작해야 하며 그 변화의 주체는 바로 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이며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야구 선수들도 서로가 소중한 인격체로 인정해 줄 때 비로소 공평하고 존중 받는 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