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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속마음까지 읽어라… '그림자 관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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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속마음까지 읽어라… '그림자 관찰' 확산

입력
2014.02.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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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미국 시장에서도 어필할 수 있는 폐쇄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개발을 진행 중이던 김경진 SK플래닛 커머스 사업개발실 팀장은 미국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도시를 다니며 '그림자 관찰(shadowing)'을 진행했다. 미리 섭외한 가정 주부와 직장인 수 십 명을 집, 사무실, 단골 카페 등을 찾아 다니며 최근 관심사, 취미 생활, 가족 관계나 직장 생활 등을 캐물었다.

그러면서도 눈은 상대방이 스마트폰을 얼마나 자주 쳐다보는지, 어떤 애플리케이션(앱)을 주로 쓰는지를 체크했다. 그 결과 ▦미국인은 주로 이메일로 의사 소통을 하기 때문에 이메일로도 친구 추가나 대화 상대 검색이 가능해야 한다 ▦이메일은 흔적이 남아 아무리 친해도 쉽게 비밀 얘기를 하지 못하므로 사적 대화도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SK플래닛은 이런 내용을 반영해 지난해 9월 메시지나 사진을 상대방이 확인하기 전까지 흐릿하게 표시하고, 대화 내용을 확인하면 10초 뒤 대화창과 서버에서 사라지는 기능을 담은 '프랭클리'를 미국에서 선보였다. 그리고 국내 소비자들도 개인 정보 보호 대책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프랭클리는 곧바로 10월 국내에도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 팀장은 "이전에는 주로 인터뷰를 통해 소비자의 요구사항을 파악했지만 실상 속마음까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며 "말하고 싶지 않으려는 것까지 찾아내려면 일상으로 들어가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며 작은 몸짓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자들은 정작 자신이 스마트폰을 쓰는 성향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림자 관찰이 더 중요"하다며 "출시 3년 만에 1,100만 가입자를 기록한 모바일 지갑 '스마트 웰렛'도 이를 통해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제품 개발 과정에서 이 같은 '그림자 관찰'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그 밑바탕에는 사람이 제품을 쓸 때 기억, 감각, 언어 등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 인지적 특성이 영향을 끼친다는 전제 아래 이런 특성을 고려해 설계한다는 인지과학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처럼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품이 늘어날수록 소비자들 역시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것까지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코웨이는 서울대 연구공원 연구개발(R&D) 센터에 소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한 '감성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33㎡ 남짓한 공간에 일반 가정집 부엌, 거실, 화장실과 똑같이 꾸미고 한쪽 벽은 밖에서만 안을 볼 수 있는 '하프 미러'를 설치한 뒤 연구원은 거울 밖에서 5개의 고성능 카메라와 마이크까지 동원해 소비자의 손가락 움직임, 허리 숙이는 각도, 문 여닫을 때 얼굴 표정까지 살핀다. 이재원 선임연구원은 "소비자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환경에서 평소 일상 생활 하듯이 만들어 줘야 제품에 대한 솔직한 반응을 얻을 수 있다"며 "소비자가 얼굴을 찡그리거나 한숨을 쉰다면 뭔가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출시를 앞둔 모형 제품을 가지고도 '그림자 관찰'은 이어진다. 동부대우전자 냉장고 디자인팀은 지난해 미리 섭외한 가정집 주방에 카메라를 달고 새 냉장고의 모형을 설치 한 뒤 24시간 내내 관찰했다. 이성진 책임연구원은 "요즘 고객들은 제품을 먼저 써본 다른 고객의 평가를 제품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삼는다"며 "제품 개발 중간에 체험하게 한 뒤 문제점을 곧바로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코웨이는 실제로 정수기가 컵을 자동으로 인식해 미리 정해진 양 만큼 물을 나오는 '자동 정량 추출 기능'을 도입하려다 그림자 관찰 결과, 정해진 양보다 적게 혹은 많이 마시고 싶으면 물을 버리거나 다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을 느낀다는 점을 알고 '온-오프 기능'을 추가했다. 또 새 비데에는 앉았을 때 작동 버튼을 보기 편하게 세로 방향에서 가로 방향으로 바꿨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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