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대구지방법원은 대구 수성구 파동고가도로 밑 주민들이 제기한 손실보상금 등 지급청구 소송 선고공판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본보 21일자 14면 보도)했다. 2011년 5월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2년 8개월만이다. 주민들은 이번 판결이 실제 주민피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1일 안창덕(52) 주민대책위원장을 만나 소송 배경과 과정, 항소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대구지방법원은 대구시와 남부순환도로㈜가 주민들에게 총 27억5,000만원 가량을 보상하거나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1일 새벽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김연아선수의 심판판정을 보는 것처럼 참담한 심정이다. 변호사 자문과 주민총회를 거쳐 항소여부를 결정하겠다."
-일부 승소했는데.
"100억원을 청구해 겨우 27억5,000만원이다. 지난해 11월 강제조정결정상 70억원의 3분의 1밖에 안 된다. 어떻게 같은 재판부가 동일 사건에 대해 이렇게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구시는 통행차량 추락에 의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화물차 제한속도를 10㎞ 하향조정하고, 플라스틱 통에 물을 담아 이중방호벽을 설치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했다. 기존 안전지대로 충분하다고 하는데.
"기존 제한속도 표지판 옆에 '5톤이상 화물차 70㎞'라는 것을 하나 더 부착한 것이 전부다. 설계속도가 80㎞인데 5톤 이상 화물차가 70㎞ 이하로만 달린다고 누가 보장하나. 전국에 그렇게 많은 무인단속카메라가 있지만, 과속으로 적발되는 운전자가 부지기수다. 향후 무인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해도 과속을 100% 막기 어렵다. 추락감정에는 유조차가 추락했을 경우 2, 3차 피해는 아예 고려대상에도 넣지 않았다."
-파동요금소 때문에 대형화물차가 과속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한다.
"21톤 덤프트럭도 짐을 가득 싣고 80㎞ 이상 쌩쌩 달린다. 더구나 요금소는 20여년 뒤 철거된다. 그 이후에 어떻게 할 것인가. 안전지대 확보만이 주민생존권을 지키는 길이다. 주민들의 요구가 결코 무리한 것이 아니다."
-대구시는 규정대로 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규정대로 했어도 주민 피해는 엄연한 현실이다. 추락위험, 일조권피해는 법원도 이번 판결을 통해 인정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난해 6월 개통 이후 아이들의 아토피가 심해지는 등 초미세먼지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터널 안 제트팬으로 뿜어져 나오는 초미세먼지는 상인동과 파동, 범물동으로 퍼진다. 터널 중간 수직환기구 설치가 필요한 이유다."
-법원도 주민피해를 인정해서 일부승소 판결한 것이 아닌가.
"인정하면서도 공익사업이라는 이유로 시가차액의 50%만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한 것은 주민들의 재산권과 생존권을 무시하는 처사다."
-유사사례가 없나.
"없다. 45m가 넘는 고가도로도 있지만 모두 산이나 들판 등 주거지와 거리가 먼 곳이다. 주거밀집지역에 이런 고가도로가 건설된 것은 국내 처음이다."
-10여년 전부터 추진된 사업이다. 그 동안 대구시와 사업자, 주민들간에 원만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지 않았나.
"착공 전부터 문제였다. 주민들은 당연히 반대했다. 하지만 대구시는 환경영향평가마저 무시하고 강행했다. 환경부는 당시 고가도로 북쪽에 건설이 예정된 아파트 일조권 피해 등이 예상되므로 충분한 안전ㆍ녹지지역 확보를 전제로 환경영향평가를 승인했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아파트건설이 무산되자 대구시는 조건이행 의무가 해소됐다고 강행했다. 아파트는 일조권 피해가 있고, 단독주택은 괜찮다는 말인가."
-애초 다른 대안은 없었나.
"물론 있었다. 고가도로 높이를 낮추면 된다. 하지만 터널굴착길이가 훨씬 길어지고 비용이 많이 든다. 공기단축과 비용절감을 위해 주민피해를 무시했다."
-대구시도 항소할 가능성이 높은데, 소송비용 등의 부담이 클 것 같다.
"변호사선임비, 인지대, 감정비 등 상당한 비용이 들었다. 피해주민 대부분이 형편이 넉넉지 않다. 감정비용만 1억원 이상이다. 항소하게 되면 또 얼마나 들지 모른다.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그 피해 사실을 입증해야 하나. 이것이 사회정의인가. 답답하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