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제3자를 내세워 주가조작을 배후 조종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국내 유명 로펌 변호사에 대해 최근 무혐의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2년 동안의 재수사 끝에 주가조작의 배후를 해당 변호사가 아니라 그의 부인으로 판단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선봉)는 최근 K변호사의 부인 서모씨와 교육부 간부 출신인 김모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각각 벌금 2억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이 벌금을 2억원이나 청구하면서 정식 재판에 넘기지 않고 약식기소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검찰이 파악한 사건의 골자는 이렇다. 서씨는 2007년 3월 코스닥 상장회사인 A사를 남편인 K변호사가 인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인수공시 전에 차명계좌를 활용해 A사 주식을 집중 매수할 계획을 세웠다. 공시 후 주가가 상승하면 매도해서 단기차익을 올리기 위해서였다. 당시 K변호사는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와 사업가 박모씨에게 A사 주식매수를 이미 부탁해둔 상황이었다. 서씨는 남편의 부탁을 받은 두 사람에게 A사의 주식매수 대금과 매수 작업에 필요한 사무실 구입 비용 등을 제공했다. 서씨의 지시를 받은 박씨는 김씨와 공모해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자신의 친인척 명의 차명계좌로 고가 매수와 가장 매매 등의 방법으로 A사 주식을 매매해 4억3,900만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
문제는 검찰의 1차 수사 때 박씨가 죄를 뒤집어쓰고 혼자 처벌을 받았다는 점이다. 주범으로 알려진 박씨는 2009년 10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4억원을 선고 받고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당초 박씨가 K변호사의 사무실에 들어가 K변호사가 A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내부 검토자료를 몰래 훔쳐본 뒤 자신이 조달한 돈으로 주가조작을 시도하다 적발된 단독 범행으로 결론 냈다.
하지만 주범과 종범이 바뀌었다는 첩보가 뒤늦게 입수돼 검찰은 2011년 말 재수사에 들어갔다. A사 주식 매수에 동원된 자금이 K변호사 측에서 나왔고 K변호사가 박씨의 벌금 4억원을 대납해 준 사실이 확인되면서 K변호사가 배후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K변호사가 A사 주식 매입을 김씨를 통해 지시했으며, 김씨는 매일 주식매매 현황을 K변호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K변호사는 "주식 매수를 지시한 것은 맞지만 경영권 안정 차원이었으며 주가조작을 지시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K변호사의 처벌 여부가 관심사로 부각된 상황에서 검찰은 고심 끝에 K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K변호사가 당시 김씨와 박씨에게 주식 매수를 부탁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정작 주가조작을 지시한 인물은 부인인 서씨였다는 것이다. 박씨 측은 이에 대해 "K변호사는 기업 인수합병 자문 전문가이고 서씨는 주식투자 초보나 다름없는데, 서씨가 주가조작을 지시했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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