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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보증기구 설립은 부산 표심 잡기 위한 정권의 선물 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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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보증기구 설립은 부산 표심 잡기 위한 정권의 선물 보따리"

입력
2014.02.2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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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여당 의원들이 뭐라도 내놓으라고 하는데 정부가 어쩔 도리가 있겠습니까?"

금융위원회가 지난 20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해운보증기구 설립을 놓고 공공기관 관계자가 한 말이다. 연내 부산에 설립될 가칭 '한국해운보증'이 임박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정권차원의 '선물 보따리라는 것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해운보증은 해운사가 선박을 건조하거나 중고 선박 구입시 필요 자금을 그 선박의 담보가치와 향후 선박운용에 따른 현금흐름 등을 바탕으로 발행되는 후순위채 또는 지분투자를 통해 조달하려 할 경우 보증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5,500억원 규모로 조성되는 재원은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혜택을 받을 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해서 조성하고 산은 등의 자회사 형태로 두고 운용한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 같은 업무는 이미 산은과 수은, 정책금융공사 등 정책금융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선ㆍ해운업종에 대해 엇비슷한 기능을 담당할 공공기관만 하나 더 만들어 지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해운보증기구 설립을 빌미로 건설, 운수 등 다른 업종에서도 비슷한 기구를 설립해달라는 요구가 나올 경우 거절하기 어려워졌다. 정부가 핵심정책으로 추진중인 공공기관 개혁 방향과도 상충하는 결정이다.

그럼에도 해운보증기구 설립이 결정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선박금융공사 부산 설립'에서 비롯된다. 이 공약에 대해 정부는 특정 업종에 특혜를 주기 위한 조직을 신설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사항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대안으로 정책금융공사의 부산 이전을 요구했으나, 이 역시 정책금융공사가 산은으로 흡수 통합될 예정이라 무산됐다. 결국 정부가 대통령의 공약을 완전히 무산시킬 수는 없다는 정치적 고려 때문에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해운보증기구가 부산에 신설하게 된 것.

하지만 해운보증기구 역시 선박이라는 특정업종에 대한 지원이고 특혜라는 점에서 WTO 조약과 충돌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금융위는 선박뿐 아니라 항공ㆍ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이 가능하고 보증요율도 시장기준에 따라 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특정업종 지원도 아니고 특혜도 아니라는 논리를 만든 것이다.

설립 발표시기도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해운보증기구 설립이 6월 지방선거가 불과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부산 여당 출마자를 돕기 위한 정부의 정책개입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해운보증기구 설립 방침은 금융위의 대통령 업무보고 하루 전인 19일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이 먼저 공개하면서 공식화 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새누리당 부산지역 의원 10여명이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가진 직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요한 정책이 특정지역의 정치인들에게 바치는 선물이라는 모양새가 됐다"며 "이번 결정은 불요불급한 공공기관이 더 늘어나는 것이란 점에서 향후 공공기관 개혁을 추진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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