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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외국인 봉사자 "우리 미니 올림픽엔 편견 없고 오심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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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동·외국인 봉사자 "우리 미니 올림픽엔 편견 없고 오심도 없어요"

입력
2014.02.23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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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팀과 노랑 팀의 접전. 과자 따먹기와 댄스대회를 이긴 빨강 팀, 국자로 탁구공 옮기기와 훌라후프 경주에서 승리를 차지한 노랑 팀이 2대2로 팽팽하게 맞섰다. 마지막 종목인 미니 볼링에서도 두 팀은 5대5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결국 연장전.

먼저 노랑 팀 선수가 볼링핀 10개 중 6개를 쓰러뜨렸다. 대회 우승을 가리는 절체절명의 순간. 빨강 팀원들은 마지막 선수로 지적장애아동 수현(가명)양을 선택했다. 의외였다. 수현양은 첫 번째 투구에서 단 한 개의 볼링핀도 넘어뜨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빨강 팀의 닉 카울링(34ㆍ캐나다)씨가 수현양에게 "잘 할 수 있다"며 공을 건넸다. 팀원들의 믿음은 빗나가지 않았다. 수현양은 보기 좋게 스트라이크를 쳐냈다. '해냈다'는 안도감에 울음을 터뜨린 수현양을 대회에 참가한 빨강ㆍ노랑팀 지적장애아동과 외국인 봉사자들이 모두 얼싸안았다.

22일 오전 10시 지적장애아동들의 보금자리인 서울 화곡동 '소망의 집'에서 '편파판정도 오심도 없는' 올림픽이 열렸다. MIYC(Mannam International Youth Coalition) 소속 외국인 봉사자 11명이 소망의 집 아이들과 어우러진 '미니 올림픽' 무대였다. MIYC는 국제청년평화그룹(IPYG) 소속 단체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청년들이 주축을 이루며, 한국 청년들이 통역과 안내 등 조력자 역할을 담당한다. 회원 3만명 규모의 국내 최대 외국인 민간 봉사단체로 2012년 2월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연탄배달을 시작으로 매년 김장김치 나눔, 저소득층 거주지역 청소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캐나다 미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 4개국에서 온 이방인 11명과 소망의 집 아이들 15명은 서먹한 첫 만남도 잠시, 2시간여에 걸쳐 뛰고 구르며 구슬땀을 흘렸다. 외국인 봉사자와 지적장애아동이 섞여 두 팀을 이뤘지만 이들에게 승패는 처음부터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팀이 달라도 경기 내내 서로를 격려했고, 잘 뛴 아동이나 못 뛴 아동 모두 환호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날만큼은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경기 내내 큰 소리로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던 닉 카울링씨는 "승패보다 함께 땀 흘리고 웃을 수 있다는 게 더 중요했다"며 "4년 전 한국에 와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기까지 한국 사람들에게 받은 큰 도움을 이제 돌려주고 싶어 함께 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자 봉사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알리샤 그린(23ㆍ여ㆍ미국)씨는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지적장애인들을 이해하게 됐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특수교육을 전공한 수잔 스튜어트(27ㆍ여)씨는 "아이들이 밝게 웃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규모는 작지만 국경 인종 장애를 뛰어 넘어 하나가 된, 행복한 올림픽이었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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