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4개월여 만의 이산가족 상봉으로 한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서울시가 서울-평양 간 축구대회인 경평전(京平戰) 정례화 등 지방정부 차원의 남북교류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서울시 대외협력과 관계자는 "통일부와 협의를 거쳐 서울과 평양 간 축구 도시대항전인 경평전 복원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평양 공연을 추진하는 내용의 사업계획을 25일 시의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23일 밝혔다.
경평전 재개와 서울시향의 평양 공연은 박원순 시장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박 시장은 2011년 11월 취임사를 비롯한 공식석상에서 수 차례 이 사업들을 직접 언급하며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5ㆍ24조치 등 남북관계가 오랫동안 경색된 탓에 실질적 제안까지 이르진 못했다.
경평전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양대 도시인 경성(서울)과 평양을 각각 대표하는 경성축구단(경성중학교 주축)과 평양축구단(숭실학교 주축)이 1929년 10월 첫 경기를 가진 뒤 매년 서울과 평양에서 열렸던 축구대회다. 1935년 일시 중단됐다가 해방 직후인 1946년 3월 서울에서 재개됐지만 분단 이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경평전을 복원하자는 취지에서 1990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남북한 축구대표팀이 서울과 평양에서 남북통일축구대회를 열었지만 정례화되진 못했다.
서울시는 3월 중 경평전 안내서를 제작, 배포해 시민들에게 공감대를 확산하고 60여년 만의 경평전 재개와 함께 정례화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향의 평양공연 성사에도 속도가 붙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향 평양공연은) 지난해에도 추진했다가 무산됐지만 올해는 이산가족 상봉도 이뤄지는 등 남북간 화해무드가 조성돼 통일부에 평양공연 승인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북교향악단(KBS교향악단ㆍ북한국립교향악단)의 합동 공연은 2000년 8월 서울에서, 2002년 9월 평양에서 열렸지만 이후 진전이 없었고 최근 남북 교향악단 간 교류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2012년 3월 파리에서 북한 은하수관현악단의 공연을 지휘한 것이 유일하다.
시는 이 밖에 한양도성과 평양성의 축조기술, 보존방안 등의 비교연구를 위한 남북 전문가 합동 학술토론회 개최와 평양종양연구소에 의료장비와 의약품 지원, 북한 산림조성 지원 등의 남북 교류도 우선 과제로 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이 성사되려면 우선 통일부의 승인과 남북교류협력사업을 하는 민간단체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남북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부는 만큼 사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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