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국가정보원에서 넘겨 받아 재판부에 제출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국) 기록이 유씨의 여권 기록과도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중국 정부가 검찰측 기록을 모두 '위조'로 확인한 가운데, 조작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검찰과 국정원은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유씨 변호인단은 중국 옌지(延吉) 기록보관소에 있는 유씨의 옛 북한 여권에 찍힌 출입국 스탬프와 검찰측 출입경 기록을 대조한 결과, 검찰 자료에서 조작 흔적이 발견됐다고 23일 밝혔다. 이 여권은 재북(在北) 화교 출신인 유씨가 2004년 탈북 전 사용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유씨는 탈북 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1년에 한두 차례 중국을 오갔으며 여권 사용기간이 만료되자 반납해 현재 옌지 기록보관소에 보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에는 유씨가 2002년 11월 30일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갔다가(그래픽 ①) 그 해 12월 18일 북한으로 돌아간 뒤(②) 다시 2003년 9월 15일 중국에 입국했음(③)을 보여주는 스탬프가 찍혀 있다. 이를 변호인과 검찰측이 각각 재판부에 제출한 유씨의 출입경 기록과 비교해 보면, ①번(북한→중국) 기록은 세 가지 문서가 모두 일치한다. 그러나 ②번(중국→북한) 기록은 여권에만 있고, 변호인과 검찰측 자료에는 없다. 양쪽 자료에서 다 빠져 있는 것으로 볼 때 담당자가 입력을 누락했거나 시스템 오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제는 ③번 기록이다. 변호인측 기록에는 유씨가 2003년 9월 15일 북한에서 중국으로 입국한 것(入)으로 돼 있고, 이는 여권 스탬프 내용과 일치한다. 반면 검찰측 기록의 경우 연도ㆍ날짜는 물론 시간이 초 단위까지 같은데도 거꾸로 중국에서 북한으로 출국한 것(出)으로 나와 있다. 여권에는 찍힌 ②번(중국→북한)이 누락되면서 실제 유씨의 출입경 기록에는 '입-입', 즉 중국에 연달아 두 번 입국만 한 것으로 나온 것을 해당 기록을 입수해 검찰에 넘긴 국정원에서 '입-출'로 자연스럽게 고쳤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유씨 변호인단이 이렇게 추정하는 것은 그동안 논란이 됐던 2006년 5월 23일부터 2006년 6월 10일까지 유씨의 출입경 기록에도 비슷한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합법서류'로 확인한 변호인측 기록(옌볜주 공안국 발급)에는 '출-입-입-입'으로 돼 있는 반면, '위조'로 드러난 검찰측 기록(허룽시 공안국)에는 '출-입-출-입'으로 표시돼 있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를 토대로 유씨가 뒷부분 출-입에 해당하는 2006년 5월 27일~6월 10일 북한에 머무는 동안 포섭돼 간첩 활동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변호인측은 '출-입-입-입' 기록의 뒷부분 '입-입'이 전산 착오로 인해 잘못 추가된 것임을 확인하는 '정황설명서'(싼허변방출입국관리소 발급)를 추가로 재판부에 냈고, 중국 정부는 이 문서 역시 '합법서류'라고 회신한 바 있다.
유씨 변호인단은 "검찰측 기록이 출입국 심사 때 찍는 여권 스탬프와 다르다는 것은 조작의 명백한 증거"라면서 "국정원이 2006년 5,6월 자료를 조작하면서 그 이전에 있었던 전산 오류까지 모두 조작해 자료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입증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간 검찰과 외교부의 해명 등을 종합하면, 국정원 직원인 주 선양(瀋陽) 한국총영사관의 이모 영사가 증거 위조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정원이 입을 굳게 닫은 상황에서 외교부 관계자 등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면서 의혹만 키우고 있다. 지난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백상 주선양 총영사는 국정원에서 검찰에 넘긴 자료 건에 대해 "이 영사의 개인문서"라고 했다가 번복해 논란을 빚었다.
한편 검찰은 22일 오전 조 총영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13시간 가량 조사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조 총영사의 국회 답변을 포함해 선양영사관 관련 내용들에 대해 확인했다"며 "(진상조사의) 수사 전환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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