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인터넷에서 소치 동계 올림픽보다 더 큰 관심을 받은 것이 있었다. 이날 총 12회로 막을 내린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인 tvN의 '더 지니어스: 롤 브레이커' 시즌2다. 방송인, 변호사, 해커, 천재 수학강사, 마술사, 프로게이머가 모여 게임을 통해 속고 속이는 두뇌 플레이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게임 도중 출연자끼리 배신을 서슴지 않고 눈가림과 거짓말을 하는 등 자극적인 설정이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시청률이 2%대에 이를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날 최종 우승자인 방송인 이상민이 24일 기자간담회까지 열 예정이어서 '지니어스' 시즌 2가 얼마나 큰 화제가 됐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의 포맷이 네덜란드로 판매됐다.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2014 NATPE'(미국방송제작자연맹이 주최하는 북미 최대 방송영상 마켓)에서 올린 성과다.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이 관심을 보였다는 것도 괄목할 만하다.
tvN을 운영하는 CJ E&M은 이에 그치지 않고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디바', 드라마 '노란복수초'와 '미친사랑'의 포맷을 각각 중남미, 우크라이나, 멕시코 등에 수출하는 쾌거를 올렸다. 하반기에는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1997' '크레이지 마켓' 등을 미국이나 유럽에 수출할 계획이다.
CJ E&M은 4, 5년 전만 해도 해외에서 프로그램 포맷을 사들이는데 급급했다. 인기리에 방영 중인 미국의 '프로젝트 런웨이'와 '아메리카 넥스트 톱 모델'의 포맷을 구매해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와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로 바꿔 5년여 동안 국내에서 제작, OCN 채널을 통해 방영했다. 그 결과 이들 프로그램은 국내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지금껏 장수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자리하고 있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한 나라에 국한됐던 포맷 판매에서 벗어난 것은 놀라운 성과"라며 "한국 방송 콘텐츠의 기획력과 완성도를 해외에서 인정받은 것이고 한국 콘텐츠의 브랜드화도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도 프로그램 포맷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MBC는 일찌감치 중국 시장을 겨냥해 마케팅 전략을 펼쳐왔다. MBC '일밤-나는 가수다'의 포맷이 2011년 중국 후난위성TV에 수출될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가 많았다. 그러나 중국판 '나는 가수다'가 지난해 3개월간 방영되면서 최고 시청률 2.38%를 기록하는 등 한류 예능 콘텐츠가 호평을 받자 중국 내 평가가 달라졌다. 이후 후베이위성TV가 CJ E&M의 '슈퍼스타K'의 포맷을 사들여 지난해 6월 '슈퍼스타 차이나'로 방영했다. '슈퍼스타 차이나'의 우승자 주쟈쟈는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다.
MBC는 '일밤-나는 가수다'에 이어 '일밤-아빠 어디가'의 포맷도 후난위성TV에 수출했는데 그 결과가 대단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간 방영된 중국판 '아빠 어디가'는 평균 시청률 4%를 유지하며 화제가 됐다. 위성 채널이 40여개나 되는 중국에선 시청률이 1%만 넘어도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4%대가 나왔으니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프로그램이 종료된 뒤 '아빠 어디가' 모바일 게임이 출시됐고 영화판 '아빠 어디가'가 개봉돼 열흘 만에 1,000억원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중국은 거대한 방송 시장 규모에 비해 좋은 콘텐츠가 현저히 부족하다"며 "가족을 중시하는 정서가 공감대를 형성해 '아빠 어디가'가 큰 인기를 얻은 듯하다"고 설명했다.
EBS도 최근 중국 국영 교육방송(CETV)에 어린이 프로그램 포맷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14년이나 된 장수 유아·어린이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을 수출해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편중된 중국 포맷 시장에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수출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BS 측은 "CETV가 EBS에 다큐멘터리 공동제작, 유아교육 콘텐츠의 공동 기획 및 제작 등을 제안했다"며 "한국의 질 높은 콘텐츠를 배우고 익히는데 투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강은영기자 ki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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