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아 염수정 아르키에피스코포(대주교) 디 서울."
프란치스코 교황이 22일 오전 11시(한국시간 오후 7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추기경 서임식에서 새 추기경 19명의 이름을 거명하며 열두 번째로 염수정 추기경의 이름을 불렀다. 염 추기경이 한국인으로는 세 번째 추기경에 임명되는 순간이었다.
교황은 훈화에서 "예수님과 함께 걷는 것은 기쁨이면서도 십자가 고통의 길"이라며 "우리가 그 길을 외면할 때 경쟁과 질투, 파벌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신 것처럼 교회도 여러분의 협력과 용기가 필요하다"며 "폭력과 전쟁으로 억압받는 이들을 위해 주님의 은총을 청하자"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 추기경 대표의 감사 인사가 끝난 뒤 강론, 새 추기경들의 신앙고백, 충성 서약, 순명(順命) 선서 등의 순으로 의식을 이끌었다.
교황은 무릎을 꿇은 진홍색 복장의 새 추기경들에게 순교자의 피와 추기경을 상징하는 진홍색 주케토(성직자들이 쓰는 원형의 작은 모자)와 비레타(주케토 위에 쓰는 4각 모자)를 씌어주고 포옹했다. 또 예수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헌신해 달라는 표지로 추기경 반지를 수여했다.
교황은 라틴어로 "진홍색은 추기경의 존엄성을 나타내는 표지"라며 "이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평화, 하느님의 백성, 가톨릭 교회의 자유와 복음 선포를 위해 자신을 용맹하게 헌신하도록 준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훈화했다.
염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연대하고 있다는 의미로 로마 시내 트레스테베레 지역에 있는 성 크리솔로고 성당을 명의 본당으로 지정받고 이 성당 명의 사제로 임명되는 칙서를 받았다.
2006년 2월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정진석 추기경 서임식과 달리, 성 베드로 성당에서 진행된 이번 서임식은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신자 1만여명에게 폐쇄회로 TV를 통해 중계됐다. 500여 한국 참관객들은 염 추기경이 호명되고 주케토와 비레타를 받자 크게 환호했다. 광장에 있던 가톨릭 신자 임영석씨는 "이 축복이 한반도 전체로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장에는 서임식 시작 20분 후 소나기가 내렸으나 각국 참관객들은 우산을 쓰거나 그냥 비를 맞으며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국기나 단체 관광 깃발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자신들의 국가 출신 추기경이 서임될 때마다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새 추기경들은 오후 4시 30분부터 바티칸 바오로 6세 홀에서 순례객들의 축하 예방을 받았으며 염 추기경은 저녁에 바티칸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국정부 대표단 축하 만찬에 참석했다. 염 추기경은 전날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추기경 회의에서 한국의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전하며 교황에게 기도와 강복을 요청했다. 염 추기경은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이산가족 대부분이 80세를 넘겼다"며 "헤어진 가족을 그리며 살아가는 이산가족과, 이번에 꿈에 그리던 가족을 만나는 상봉자를 위해 교황께서 기도해 주시고 강복해 주시길 청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23일에는 성 베드로 성당에서 교황 및 새 추기경들과 서임 축하 미사를 공동 집전하고 한인 신자와 로마 한인 신학원에서 별도의 미사를 가졌다. 염 추기경은 24일 오전 교황과 개별 면담을 하기로 했는데 이 자리에서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교황의 방한 계획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염 추기경은 26일 로마를 출발해 한국 시간으로 27일 오후 5시 25분 서울에 도착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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