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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2월 24일] 교도소 '콩밥'

입력
2014.02.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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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교도소나 구치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에게 100% 순 쌀밥이 제공된다. 법무부는 그간 쌀과 보리 비율을 9대 1로 유지해왔으나, 정부의 보리수매제 폐지로 재고가 떨어지자 예산상 이유로 이같이 결정한 것이다. 실제 보리쌀 가격은 ㎏당 2,300 원 수준으로 약 2,100원인 정부미보다 비싼 편이다. 이에 따라 상대방과 다툼이 있을 때 으레 등장하는 '콩밥 먹고 싶은가'란 말도 더 이상 통용되기 어렵게 됐으니 세상 참 많이 바뀐 것 같은 느낌이다.

■ 교도소를 의미하는 '콩밥'은 일제 강점기 재소자들이 먹었던 곡식 함유 비율에서 유래됐다. 1936년 조선총독부의 재소자 식단표를 보면 쌀 10%, 콩 40%, 좁쌀 50%로 구성돼 있다. 그러다 57년 쌀 30%, 콩 20%, 잡곡 50%로 다소 개선됐고, 86년부터 쌀과 보리가 섞인 혼식으로 통일됐다. 이후 1식3찬을 기본으로 보리 비율을 점차 줄이다 오늘에 이르고 있다. 하루 세끼 식대비용은 3,888원을 기준으로 하며 고기반찬도 가끔 나온다.

■ 콩밥이 보리밥을 넘어 순 쌀밥으로 바뀌면서 재소자들이 출소 이후 흔히 먹던 두부도 사라질지 모르겠다. 두부를 먹는 이유는 출소자들의 영양 보충과 함께 하얀 두부처럼 깨끗한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데 있다고 한다. 여기에다 두부가 다시 콩으로 돌아갈 수 없듯이 다시는 교도소로 되돌아 가지 말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그렇다면 쌀밥을 먹다 출소하는 수감자들은 두부가 아니라 쌀로 만든 흰 떡이나 쌀막걸리 등을 먼저 먹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다.

■ 식단은 바뀌었지만 교화 프로그램은 제자리걸음이다. 전국 교정시설에서 발생한 폭행 등 사고는 한 해 744건으로 과거와 달라진 게 없다. 재범률도 60%를 넘고 있다. 여기서 국내 유일의 민영교도소인 여주 소망교도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교도소는 각종 직업훈련과 취미활동 등 인성교육 강화에 주안점을 둔다. 수형자 오케스트라도 있고 바비큐 파티도 열린다. 출소 후 재범률은 0%에 가깝다. 사회 변화에 따라 바뀐 식단처럼 교화 프로그램도 진화해야 한다.

염영남 논설위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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