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의 한 고교생이 담임교사의 체벌 후 뇌사상태에 빠진 사건(본보 22일자 10면)과 관련해 해당 학교가 피해 학생의 사고 전날 출석부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이 뇌사 책임을 줄이기 위해 조직적인 축소·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순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담임교사 A(59)씨로부터 벽에 머리를 두 차례 찧는 체벌을 받은 뒤 뇌사상태에 빠진 순천 G고교 송모(18)군의 출석부 기록이 조작됐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송군은 사고 전날인 17일 정상적인 일과를 마치고 오후 6시에 하교했지만 해당 학급의 출석부에는 3교시부터 조퇴한 것으로 표시됐다. 당초 학교측은 가족들에게 "송군이 사고 전날인 17일 구토 증상을 보여 조퇴를 했다"며 체벌과 의식불명에 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었다. 경찰 조사 결과 출석부 조작은 담임교사 A씨가 송군을 체벌한 다음날인 19일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출석부 조작 사실은 전남도교육청의 조사를 받은 학생들이 '담임교사로부터 송군이 17일 조퇴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써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조퇴한 사실이 없어 응하지 않았다'는 말을 송군 가족에게 전하면서 드러났다. 가족들이 송군의 급우들로부터 확보한 녹취록에서 학생들은 "송군이 17일 점심때가 지나서도 복도에서 다른 친구와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고, 같이 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교 측이 송군의 뇌사 책임을 회피하고 체벌과의 연관성을 줄이기 위해 전날부터 송군이 구토증상을 보였다는 허위사실을 퍼트리고 출석부까지 조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송군의 가족은 "체벌 전날 멀쩡하게 정상 수업을 한 뒤 집에서 기분좋게 노래부르고 태권도장에 가는 등 건강상태에 문제가 없었던 학생을 이상증세가 있었던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A교사는 경찰에서 "출석부를 조작한 것이 아니라 날짜가 헷갈린 것"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출석부 조작 경위와 학교 차원의 개입 여부, 조직적인 은폐 시도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고, 전남도교육청도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또한 경찰은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송군의 머리를 수차례 벽에 찧게 한 혐의(폭행)로 A교사를 불구속 입건하고, 해당 학교, 학생, 병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학교 측의 늑장보고 여부, 체벌 수위와 충격의 정도, 체벌이 뇌사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의학적 소견 등을 조사하고 있다.
순천=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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