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무기수출 원칙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시행안을 공표하며 자위대의 본격적인 군대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베의 자문기구인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 간담회'를 이끌고 있는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국제대학장은 오는 4월 정부에 제출할 집단적 자위권 관련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21일 설명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다섯 가지 조건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 받았을 경우 ▦방치하면 일본의 안전에 큰 영향이 있는 경우 ▦공격 받은 국가가 분명하게 요청한 경우 ▦총리가 종합적으로 판단해 국회의 승인을 얻을 것 ▦자위권 행사와 무관한 국가의 영토 영해를 통과할 경우 그 국가의 허가를 얻을 것 등을 제시했다.
기타오카 학장은 이 조건의 구체적인 예로 먼저 "한반도 연안에 있는 미 군함이 공격을 받아 (자위대가)도우러 갈 경우 한국 영해를 통과할지도 모른다"며 "그때는 (한국의)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방치하면 일본의 안전에 큰 영향이 있는 경우'로는 "일본으로 오는 석유가 끊길 경우"를 거론했다. 또 일본 주변이 아니더라도 미 군함의 방어 등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미일동맹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에도 이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도 표시했다.
아베 정권은 간담회가 종합한 보고서를 토대로 자민당과 협의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을 논의할 계획이다. 아베는 변경안을 마련하면 국회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각의 결정으로 바로 적용할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또 무기 수출과 관련해 거의 반세기 가까이 지켜온 '공산권'과 '국제분쟁 당사국' 수출 금지 원칙을 삭제할 계획이다. 공산권 수출은 냉전 체제가 와해된 현실을 반영한 것이고 분쟁 당사국 수출은 이미 지난해 3월 아베 정권에서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로 해석한 F35 부품의 이스라엘 수출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대신 ▦국제적인 평화ㆍ안전을 해치는 것이 명백할 경우는 수출 금지 ▦수출 범위를 되도록 줄이고 엄격히 심사 ▦목적외 사용이나 제3국 이전은 관리 가능한 경우에 한정한다는 새로운 3원칙을 만들 계획이다. 결국 유엔이 무기수출금지국가로 지정한 테러지원국가, 국제조약 위반 국가 등이 새로운 금수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일본은 올해 미일방위협력지침 개정을 통해 명백한 적의 공격이 아닌 그 전단계의 돌발사태(그레이 존) 협의 체제 가동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레이 존 사례는 일본 영공에 국적불명 항공기 접근, 외국 함선ㆍ잠수함의 일본 영해 침범, 무장한 어민의 일본 낙도 점거 등으로 중국 등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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