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노예 12년' 국내 개봉(27일)을 앞두고 한달 새 원작 자서전 네 종이 쏟아져 나왔다.
1853년 첫 출간된 은 저자가 죽은 지 50년이나 지나 저작권이 없다. 첫 출간 당시 3만부가 팔리며 같은 해 출간된 소설 과 함께 노예제에 대한 정치적 논쟁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오래지 않아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미국에서 100여년간 절판 상태였던 이 책은 역사학자들에 의해 가치를 인정 받으며 1968년 재출간됐다. 이전까지는 국내에 번역ㆍ출간된 기록을 찾기 어려울 만큼 인지도가 아주 낮았다.
은 뉴욕에서 자유인 신분으로 태어나 가정을 꾸리고 살던 노섭이 인신매매범들에게 납치돼 12년간 노예로 지내며 겪은 일을 구술한 자서전이다. 지난해 말 공개된 이 영화가 미국 내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 잇따른 수상을 하자 해외에서도 수십 종의 책이 쏟아졌다.
국내에선 지난달 24일 새잎출판사(이세현 옮김)를 시작으로 펭귄클래식(유수아 옮김), 글항아리(박우정 옮김), 열린책들(오숙은 옮김)이 펴냈다.
출판사들이 영화 개봉에 맞춰 원작 도서를 홍보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작권이 소멸된 고전이라면 출판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영화 '레미제라블'(2012)이 흥행에 크게 성공하자 한 출판사의 번역본이 두 달 만에 10만 부 이상 팔렸다. 지난해엔 영화 '위대한 개츠비' 개봉에 맞춰 여러 출판사가 '저가'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영화 개봉으로 책이 많이 팔리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편집자가 번역 완성도보다 영화 수입사와 공동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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