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잡지 만드는 20대 3인방
“지금 안 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취업 여부가 20대 청년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어 버린 세상에서 ‘다른 길’을 선택하는 건 일종의 모험으로 간주되기 십상이다. 부모 설득이 쉽지 않고, 창업 같은 취업을 대신할만한 토양 역시 열악하다.
주원재, 원도연, 김여주씨 등 스물일곱 살 동갑내기 3인방은 취업에 목을 매는 여느 대졸자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라는 격월간 독립잡지를 함께 만들면서 자신들 만의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창간호가 나온 이래 지난달 2호를 선보인 은 이들의 열정과 도전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들은 독립잡지 기획부터 출판까지 외부의 손을 일절 빌리지 않는다. 대학에서 광고를 전공한 주씨와 사진 전공의 원씨,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김씨가 직접 취재를 하고 사진을 찍고 관련된 원고를 쓴다. 표지 디자인 등 편집 역시 온전히 이들의 몫이다.
1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분량의 이 다른 독립잡지와 차별화되는 건 창의적인 형식과 내용이다. 매호마다 주제를 정해놓고 영화 음악 도서 등 각 영역의 관련 콘텐츠를 독특한 시각에서 다룬다. 예컨대 ‘조합’(組合)을 주제로 올린 창간호에선 영화배우 하정우와 영화감독 윤종빈을 소개하면서 “다른 듯 늘 같았던 관계”라고 분석한다. 주씨는 “영화 감독과 주연 배우의 내면적 교감은 수많은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영화라는 예술 안에서도 더욱 흥미로운 조합임에 분명하다”고 규정했다.
20대 청년 3인방이 실험적인 성격의 독립잡지 제작에 뛰어든 이유는 자신들의 전공을 살린 일을 눈치 안 보고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까지 같은 학교를 다닌 주씨와 원씨는 대학 때부터 독립잡지 창간에 마음이 기울어져 있었고, 편집디자인쪽에 관심이 많던 김씨가 가세하면서 창간에 날개를 달게 됐다.
수입이 보장되지 않고 전망도 불투명하지만, 부모의 한결 같은 격려가 큰 힘이 됐다. 이들은 “‘젊었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수 있다’며 믿어주신 부모님이 든든한 후원자”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이들 앞에 놓인 과제는 가볍지 않다. 안전한 ‘취업’을 뒤로 하고 ‘도전’을 선택한 이상 모든 걸 스스로 해결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제작비를 충당하느라 전공과 관련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판로 확보를 위한 마케팅 또한 녹록지 않다. 지금은 온라인이나 홍익대 인근 서점 등 판매망이 제한적이지만 입 소문을 타고 매니아층이 생기고 있어 시중 대형 서점에 진출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들은 사고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는 종이 잡지의 매력을 믿고 있다. 그렇기에 자신들이 만드는 독립잡지의 미래도 어둡지만은 않다고 판단한다. “의 주 독자층이 영상 매체에 익숙한 이삼십대이지만, 깊이 있고 도드라진 콘텐츠에 많이들 공감하고 있습니다. ‘파격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중장년층들도 계시고요.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한다는 게 더 중요하지 아닐까요?”
김진각 오피니언담당 부국장 겸
선임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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