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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단체 60여곳 엄호 속 '다케시마의 날'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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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단체 60여곳 엄호 속 '다케시마의 날' 강행

입력
2014.02.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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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는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위안부 인정하는 시마네현 의원들은 할복 자살하라"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열린 일본 시마네(島根)현 마쓰에(松江)시 현민회관 밖은 마치 일본 우익단체들의 해방구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익들은 10여대의 차량을 동원해 하루 종일 회관 주위를 맴돌며 확성기로 이 같은 비난과 선전선동을 퍼부어댔다. 일부 차량은 경찰이 쳐놓은 바리케이드를 뚫고 회관 진입을 시도하다 저지 당하자 경찰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행사장 주변에서는 '재일한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재특회)' 등 60여 우익단체가 가두 선전활동을 벌였다.

회관 근처에서는 바다를 건너온 독도수호전국연대 최재익 대표의장 등 한국인 3명이 일본경찰을 사이에 두고 우익단체 회원들과 10여분간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경찰이 최 의장 등을 강제로 차량에 태워 격리시켜 무력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독도수호대 김점구 대표는 독도 일본 영유권 주장의 논리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시마네현립 다케시마문제연구회에 공개토론을 제안한 뒤 마쓰에역 앞에서 1인시위를 했다.

이날은 시마네가 1905년 독도를 일방적으로 현에 편입한다고 고시한 날이다.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 정부가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뺏으려던 와중의 일이다. 이 일을 기념해 시마네현은 2006년 조례로 '다케시마의 날'을 정해 매년 기념식을 열고 있다. 이날 제9회 기념식에는 정부 당국자, 국회의원, 시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정부 고위 당국자를 파견했다.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 행사로 격상하겠다는 공약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가메오카 요시타미(龜岡偉民) 내각부 정무관(차관)은 행사에서 "다케시마는 역사적 사실로도 국제법상으로도 분명히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일본 정부의 기존 주장을 재확인한 뒤 "냉정하고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나자 행사장에 모인 우익세력들의 고성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우익들은 특히 이오가와 스미히사(五百川純壽) 시마네현 의회 의장의 인사말에 "한심하다" "나라의 적이다"라며 딴죽을 걸고 나서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시마네현이 지난해 6월 다케시마의 날과는 별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성실히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을 채택한 데 대한 반발이다. 반대로 우익들은 극우 정당인 일본유신회의 사쿠라우치 후미키(櫻內文城) 의원이 군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발언을 하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행사는 미조구치 젠베에(溝口善兵衛) 시마네현 지사가 국제사법재판소(ICJ) 단독 제소를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의 해결을 도모할 것, 다케시마의 날을 정부 주최 행사로 승격할 것 등 7개 항목의 요망서를 가메오카 정무관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지민 일본 우익들의 소란에도 불구하고 다케시마의 날 행사의 관심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일본 국회의원은 지난해 보다 3명 줄어든 16명이 참석했다. 주민들 반응도 시큰둥하다. 60대 택시 기사는 "이런 행사를 한다고 다케시마가 일본땅이 되는 것도 아닌데 소란 피우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명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음식점 주인은 "이 곳은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인데 자칫 이런 행사로 한국인의 발길이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근심 어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일본의 초당파 의원모임인 '일본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은 독도를 일본에 넘기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추진 중이라고 산케이신문이 전했다. 이들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단체인 '반환요구운동현민회의' 등의 요청에 따라 도쿄 집회를 검토 중이다. 앞서 이 연맹 소속 여야 의원 50명은 18일 국회에서 총회를 열고 독도 영유권 주장 강화 방침을 밝혔다.

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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