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컨트리 비외르겐 금 3개 건재 과시,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 노 메달 최대 이변
절대강자가 없는 스포츠의 세계가 으레 그러하듯 러시아 소치에서도 별들의 영욕은 교차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화려한 영광을 맛본 이는 대한민국 대표팀 쇼트트랙 선수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ㆍ29)다. 안현수는 쇼트트랙 남자 500m와 1,000m, 계주 5,000m에서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번 대회 최다관왕이 됐다. 2006년 토리노 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던 안현수는 2010년 무릎 부상 후유증으로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러시아로 귀화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쇼트트랙에서 두 차례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벨라루스의 다르야 돔라체바(28)도 바이애슬론 여자부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내며 안현수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 동메달 하나에 그쳤던 돔라체바는 각고의 노력으로 10㎞ 추적과 개인 15㎞, 12.5㎞ 단체출발에서 정상에 오르며 최고의 바이애슬론 선수로 우뚝 섰다. 밴쿠버 대회 최다 메달리스트였던 노르웨이의 크로스컨트리 ‘여제’ 마리트 비외르겐(34)도 3개의 금메달을 캐 건재함을 과시했다. 노르웨이의 ‘바이애슬론 영웅’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0)은 혼성 계주와 남자 스프린트 10㎞에서 2관왕에 올랐다. 이로써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개로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 신기록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기대에도 불구하고 끝내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한 선수도 있었다.
러시아 루지 간판인 알베르트 뎀첸코(43)는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2개에 만족하며 은퇴를 선언했다.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이번 대회까지 7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으며 은메달만 3개를 땄다. 세계선수권에서도 2위만 2차례 차지해 만년 2인자 딱지를 떼지 못했다.
24년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뛴 이규혁(36)도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현역 생활을 접었다. 월드컵 대회에서 수확한 금메달만 14개일 정도로 최정상급 단거리 선수였지만 6차례 올림픽에서는 메달과 연을 맺지 못했다. 현역 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밴쿠버 대회까지 올림픽 2연패를 포함해 지난 10년간 ‘황제’로 군림한 미국의 스노보드 슈퍼스타 숀 화이트(28)의 ‘노 메달’은 이번 대회 최대 이변 중 하나였다. 화이트는 주종목인 하프파이프에 집중하겠다며 슬로프스타일 출전을 포기했지만 하프파이프 금메달은 신기술을 들고나온 스위스의 유리 포드라드치코프에게 돌아갔다. 스피드스케이팅의 샤니 데이비스(미국)도 남자 1,000m에서 3연패를 노렸지만 유니폼 해프닝을 벌이면서 메달권에서 벗어났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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