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평창은 소치에서 뭘 배웠나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이 24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막을 내렸다. 지난 8일부터 17일간 소치 올림픽파크를 밝힌 성화의 불이 사그라졌다. 전문가들은 소치올림픽에 대해 ‘규모의 올림픽’진면목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510억달러(55조원)를 투입해 동ㆍ하계를 통틀어 가장 비싼 올림픽을 개최했기 때문이다. 소치 대회는 일부 산악종목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장을 신설해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사후 활용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엿보이지 않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소치 올림픽에 대한 엄청난 물량공세에 환호와 한숨이 동시에 터져 나오는 이유다.
사실 소치올림픽은 태생부터 푸틴의 ‘작품’이었다. 2007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푸틴의 화끈한 당근책으로 소치가 평창을 누르고 개최권을 따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 슬로건 ‘핫, 쿨, 유어스’(Hot. Cool. Yours)에 빗대 ‘핫, 쿨, 푸틴스’(Hot. Cool. Putins)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강한 러시아’, ‘21세기 신(新)차르 등극’을 통치 키워드로 삼고 있는 푸틴의 노림수가 이번 대회를 통해 얼마나 통했는지 지켜봐야 할 과제다.
4년 후, 2018년은 평창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평창은 한국선수단 규모의 2배에 가까운 220명의 인력을 소치올림픽에 파견했다. 평창 조직위에서 120명, 강원도 지자체에서 100명이다. 이들은 1,2차로 나눠 소치에 파견돼, 올림픽 현장을 구석구석 누볐다. 평창 올림픽조직위 김진선(68)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이 소치에 이어 2018년 개최지로 선정된 것이 다행스럽다”며 에둘러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공부 못지않게 고민거리도 떠안고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라며 “소치대회는 강대국 러시아의 위상을 뽐내려는 의도답게 화려하고 웅장했지만, 감동과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부문은 미비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총평 했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의 성공 키워드로 소프트웨어 강화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고 강조했다. 문동후(65) 조직위 사무총장도 “55조원 돈다발을 퍼부은 소치올림픽과 총 예산 9조원 규모의 평창올림픽을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하지만 평창만의 성공 노하우가 따로 있다”고 자신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도 “소치는 각국 기자들의 활동 공간인 메인미디어센터(MMC)와 미디어 빌리지 사이를 거의 3분 단위로 24시간 버스를 운행했다. 하지만 평창은 그럴 공간 자체가 없다. 미디어 빌리지와 MMC를 지척에 건설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의 차별화로 마케팅 강화를 꼽았다. 그는 “소치 올림픽기간 중 먹고, 마시는 기본적인 것은 물론, 기념품 구입에도 선뜻 손이 가질 않을 정도로 상품이 제한적이었다”며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실제 올림픽 파크를 벗어나 소치 시내에 가 봐도 뜨거운 올림픽 마케팅 활동은 보기 드물었다. 소치 올림픽이 올림픽파크 내에 섬처럼 격리된 공간에서 열린 셈이다.
IOC가 제공한 ‘올림픽 지식전수프로그램’에 참가한 이병남(45) 평창 조직위 대회계획조정관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면에서는 더 개선되고 진보된 대회를 치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치=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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