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73) 감독은 애니메이션계 거장이다.
과 등 주옥같은 만화영화를 제작해온 미야자키 감독은 지난해 은퇴작 (The Wind Rises)를 제작했다. 미국 개봉(21일)을 맞아 미야자키 감독을 만났다.
미야자키 감독은 한국에서도 지지를 받는 일본 문화예술인. 을 보고 자란 중장년부터 , , 을 감상한 10~30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곤 했다. 은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 베니스영화제 최우수작품상(백곰상)을 차지했다.
는 비행기 설계자였던 실존 인물 호리코시 지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늘을 동경하는 소년 지로와 소년의 꿈까지 사랑했던 소녀의 나호코의 이야기를 다룬다. 는 일본에서 5주 연속 영화 흥행 1위를 지켰고, 작품성 때문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만화영화 부문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한국에선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시대적 배경이 태평양 전쟁이었기 때문에 한국 영화팬은 시대 인식을 지적했다. 네이버 영화 점수를 보면 일반인은 평균 4.19점, 기자ㆍ평론가는 평균 7.00점을 주었다. 가 9.22점, 이 9.35점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한국 영화팬의 반감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는 진주만을 습격하는데 사용된 폭격기 제로를 고안한 미쓰비시중공업 항공담당 공학자 호리코시의 삶을 다뤘는데 내용과 그림이 모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침략을 받았던 한국과 미국에서는 일본의 침략을 미화했다는 구설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왜 하필이면 침략전쟁의 도구인 제로를 만든 호리코시의 얘기를 다뤘는가"라면서 "영화가 아름답고 유연한 모양의 폭격기와 그 것을 고안한 사람을 미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영화에는 전쟁을 비판하는 대사와 함께 호리코시가 "나는 전쟁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름답고 성능 좋은 비행기를 고안하려는 것뿐이다"고 말하고 있지만 한국인으로서 미국에 사는 기자가 보기에 그런 말은 사탕발림처럼 느껴졌다. 더구나 일본 아베 총리의 군국주의적 사고방식과 발언 때문에 한일관계가 극도로 나빠지고 있는 시점이라서 잘 만든 영화를 보며 감탄하면서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았다.
이런 비판에 대해서 미야자키 감독은 "호리코시는 평화주의자로 그가 폭격기를 만든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상황 탓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평양전쟁 당시 제로의 방향타를 고안한 자기 아버지에 대해서도 "나는 그처럼 위험한 시대에 살아야 했던 내 아버지가 나쁜 일을 했다고 비난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미야자키 감독은 평소 평화주의자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아베 총리가 전쟁을 금지한 일본 헌법을 수정하려는 언행을 보이자 미야자키 감독은 전쟁 범죄 부정을 비판하면서 아울러 성노예(위안부)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2001년 이 오스카 외국어영화상을 받았을 때도 미국의 이라크침공에 항의하는 뜻에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침략을 옹호하는 일본 내 보수파와 일본 침략을 비판하는 한국과 미국 영화팬에게서 모두 공격을 받았다. 일본 극우파는 영화 속에서 "일본과 독일은 패망하고 말 것이다"라는 대사와 함께 묘사된 반전 메시지를 이유로 미야자키 감독을 일본의 반역자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를 보면서 왜 평화주의자(미야자키)가 하필이면 군국주의를 찬양하는 느낌이 드는 소재를 골랐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내각 한국 사람이라서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걸까?
2009년 미야자키 감독을 인터뷰했을 때 그는 백발에 흰 구렛나루를 하고 활짝 웃는 모습이 마치 마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았다. 그는 만화를 손으로 그리는 사람답게 "나는 컴퓨터도 안 쓰고 휴대전화도 없다"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었는데 소박하고 인자한 모습이 평화주의자 같은 인상을 주었다. 미야자키 감독은 여러 작품에서 자연과 평화를 찬미해왔다. 미야자키는 얼마 전 "이젠 늙어서 영화를 그만 만들겠다"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나 만화는 계속 그릴 예정인데 현재 사무라이 만화를 준비하고 있다.
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서 영화를 예술적 안목으로만 볼 것이냐 또는 거기에 정치ㆍ사회적 의미를 부여할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나는 순예술파이나 를 보면서 기분이 언짢았던 것은 결국 내 혈관 안에서 한국인이라는 피가 화를 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박흥진 @koreatimes.com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원 h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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