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능력 평가는 뒷전기계적 산출 노임단가표로 마치 가이드라인처럼 압박외산 SW엔 유지보수 요율 20%국산 SW엔 7, 8%대만 적용정부 생색내기식 말잔치보다희한한 아이디어 실험 지원 등 파격적인 인식변화 필요
"다시는 소프트웨어(SW) 사업을 하지 않을 겁니다."
중소기업 대표 김인수(가명ㆍ48)씨는 1999년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에서 SW 산업의 꽃이라는 시스템통합(SI) 사업을 시작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벌이며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15년 만에 10억원이 넘는 빚만 안고 최근 사업을 접었다. 정부에서는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SW 사업을 꼽지만 그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21일 만난 김 씨는 "지난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면서 SW를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는 창조경제를 강조해 기대가 컸는데 SW 업체들을 힘들게 하는 열악한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열악한 현실이란 여전히 정부 등 공공부문에서 단가 후려치기식 발주가 성행하는 등 소프트웨어 인력이 대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 씨에게 국내 SW 산업은 저가 노동력 장사였다. 그는 "공공부문에서 SW 개발을 의뢰할 때 개발능력을 평가하는게 아니라 얼마나 싼 인건비로 해줄 수 있느냐를 우선 따진다"고 설명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정부 및 공공기관 등이 내미는 노임 단가표다. 정부는 SI 사업 발주시 개발자들의 보수를 노임 단가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산출한다. 초급은 월 300만~400만원, 7~10년차 중급은 500만~600만원, 10년차 이상 고급 개발자는 700만~800만원으로 계산한다. 정부의 단가표는 마치 가이드라인처럼 작용해 대기업 등이 발주하는 SW 사업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된다.
여기에는 야근, 휴일 근무 등 특별근무 수당과 기업 운영비까지 모두 포함돼 있다. 심지어 정부 담당자는 인건비를 줄이려고 초ㆍ중ㆍ고급 개발자 비율까지 임의로 정한다. SI업체들은 문제 많은 인건비 산정 방식을 개선해 달라고 수년째 정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유지보수 요율도 SW 업체들의 피를 말린다. 유지보수 요율이란 개발해 준 SW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일종의 사후관리(AS) 대가다. 해외에서는 SW 개발 직후부터 유지보수 대가를 받지만 국내에서는 관례적으로 처음 1년 동안 무료 봉사한다.
국내 SW 업체들을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외국산 SW와의 차별이다. 외산 SW는 발주 가격의 20%를 유지보수 요율로 적용 받지만 국산 SW는 7, 8%대에 머물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이를 문제삼아 유지보수 요율을 올해 10%, 내년 12%, 2017년까지 15%로 올려주겠다고 발표했지만 필요 예산이 올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없던 일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3위 안에 드는 SW 기업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기술개발프로젝트(GCS)가 좋게 들릴 리 만무하다. 김 씨는 "지난 정부에도 이름만 다를 뿐 SW산업의 세계화 프로젝트가 똑같이 추진됐다"며 "하지만 담당 공무원이 특정 기업을 밀어주고, 선정된 기업은 기금을 기업 운영비로 써버리는 등 문제가 많아 성공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김 씨는 SW 산업을 키우려면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제언이다. 그는 "정부에서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 미국 제록스연구소처럼 희한한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연구소를 지원하는 등 파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조했다.강희경기자 kst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