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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의 전투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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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국의 전투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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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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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전투식량 한 번은 먹어봤을 터. 뜨거운 물만 부으면 완성되는 구수한 비빔밥으로 훈련의 수고로움을 달래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의 전투식량엔 어떤 게 들어 있을까.

미국은 가장 많은 군인들이 먹고 싶은 음식으로 피자를 꼽자, 정말 진짜 피자와 같은 맛을 가진 한 조각을 위해 수년간 연구 개발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유통기한 3년이 가능한 피자가 탄생했고, 이를 발명한 과학자는 이 피자를 ‘전투식량의 성배’라 불렀다.

미국은 전투식량 연구 개발에 수 십억달러를 쏟아 붓는다고 한다. 나폴레옹의 “병사는 잘 먹어야 잘 싸운다”는 명언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급박한 전투 현장에서의 음식은 군대의 사기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세계 각 국이 전투식량 개발에 남다른 노력을 들이는 이유다.

장기간 보존 및 휴대가 가능한 전투식량은 영국이 소금에 절인 소고기를 캔에 담은 것을 시초로 한다. 당시 영국 군인들은 이것을 증오할 만큼 싫어해 차라리 굶는 게 낫다며 절벽에 던져 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각 나라들의 전투식량 품평회를 가졌다. 카불에 군대를 파견한 각 국의 대사관 등에 아프가니스탄 학교를 도와줄 자선파티의 음식으로 전투식량을 보내 줄 것을 요청했고, 그들이 기꺼이 내준 비상시 음식을 풀어 각국의 외교관과 장교, 구호단체 요원들이 그 맛을 평가한 것이다.

미국은 법적으로 전투식량의 양도가 금지돼 있어 음식을 제공하지 않았지만, 뒤로 빼돌려 부쉬 바자르 같은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미군 전투식량을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이렇게 미국을 비롯해 11개국의 전투식량을 비교해본 결과 그 날 가장 많은 참가자들은 이탈리아의 전투식량에 표를 던졌다. 이탈리아의 명성 높은 요리 실력이 녹아있는 데다 이탈리아 독주가 포함돼있는 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두 번째는 “맛있기는 하지만 전쟁 중 실용적일 것 같지 않다”는 평을 받은 프랑스였다.

전투식량이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지만 신선함을 포기한 그 맛에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전투식량 맛을 본 참가자 중 한 명은 “1,000점 만점에 1점을 주겠다”며 전투식량에서 가장 훌륭한 부분은 “내가 그걸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제 화성에 있을 때의 느낌을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전투식량

40도짜리 술 코디얼 샷이 아침 식사에 포함된다. 카푸치노 가루와 비스코티, 파스타 수프, 캔에 담긴 칠면조, 라이스 샐러드와 음식을 데울 수 있는 일회용 캠핑 스토브 등이 포함됐다. 디저트는 파워 스포츠 바와 과일 샐러드 캔, 뮤즐리 초콜렛 바이다.

프랑스 전투식량

간소해 보이지만 독특하다. 사슴고기 파이, 카술레(고기와 콩을 넣어 뭉근히 끓인 요리), 크레올식 돼지고기, 크림 초콜릿 푸딩이 들어있다. 일회용 히터와, 커피 그리고 여러 맛이 나는 드링크 파우더, 아침을 위한 뮤즐리와 카라멜도 제공된다.

독일 전투식량

자몽 팩 몇 개와 물에 타먹는 주스 가루, 이탈리아식 비스코티가 들어있다. 간으로 만든 소시지 스프레드와 호밀로 만든 흑빵, 감자가 곁들인 굴라시(헝가리식 스튜)도 제공된다. 아침에는 체리와 살구맛 잼이 제공된다.

영국의 전투식량

영국의 전투식량에선 켄코(Kenco) 커피, 타이푸(Typhoo) 차, 타바스코의 작은 병까지 익숙한 브랜드의 이름을 볼 수 있다. 주 메뉴는 영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치킨 티카 마살라와 채식주의자를 위한 파스타다. 돼지고기와 콩요리가 아침으로 제공되고 트레일 믹스(손쉽게 열량을 보충할 수 있도록 견과류, 말린 과일, 초콜릿 등을 섞어놓은 스낵)에서부터 사과 말린 것까지 많은 간식류의 음식이 들어있어 마치 초등학교의 점심 도시락을 보는 듯하다. 영국답게 다양한 차의 티백이 들어있다.

호주 전투식량

다른 곳에 비해 양이 적다. 호주 전통 잼인 베지마이트부터 잼 샌드위치 비스킷과 가당 연유 튜브가 들어있다. 가공 체다 치즈를 먹기 위한 깡통따개 겸 수저도 들어있다. 미트볼과 매콤한 참치 파스타가 주요리다. 다양한 간식과 청량음료도 포함됐다.

스페인 전투식량

캔에 담긴 햄과 녹색콩, 식물성 기름에 절인 오징어, 고기 파이 등이 들어있다. 또한 야채수프 가루와 디저트 용 시럽에 절인 복숭아와 빵 대신에 제공되는 크래커가 들어있다. 성냥과 연료 탱크가 일회용 히터와 함께 제공된다. 그리고 비타민C, 포도당, 생수와 수분 보충제와 같은 알약들도 포함됐다.

미국 전투식량

아몬드 파운드 케이크, 크렌베리, 애플사이더, 땅콩버터, 크래커 들로 구성돼 있다. 주 요리는 매콤한 토마토소스의 파스타다. 미국의 전투식량에서 눈에 띄는 건 ‘불 없이 작동하는 히터’다. 비닐 봉지에 물만 넣으면 음식을 데울 만큼 충분히 뜨거워진다.

캐나다 전투식량

놀랍게도 메이플 시럽이 빠져있다. 투스칸 소스를 얹은 연어나 야채 쿠스쿠스(돌돌 말린 밀 모양의 파스타) 중 하나를 주요리로 선택할 수 있다. 피넛버터와 라즈베리 잼 샌드위치가 아침으로 제공된다.

노르웨이 전투식량

불이 필요 없는 히터 등 미국이 가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맛은 영국과 비슷하다. 얼그레이 차, 토마토소스에 버무려진 콩과 베이컨, 비스킷 등으로 구성됐다.

에스토니아 전투식량

속이 꽉 찬 피망 요리, 치킨 고기 파이, 훈제 청어, 감자가 곁들인 간 소시지 등 다양하고 풍성하다. 바삭한 빵이 포함됐고 바닐라가 곁들어진 할바(깨와 꿀로 만든 과자)가 디저트로 제공된다. 아침은 뮤즐리, 과일 꾸러미, 꿀이다.

싱가포르 전투식량

주 요리는 사천식 치킨 누들, 버섯과 바질 밥이 들어간 치킨 요리이고 팥이 들어있는 두유가 디저트로 제공된다. 이 외에 캔 음료, 에너지 바, 미네랄과 염분을 추가한 드링크 가루, 통조림 음식, 라면, 비스킷, 캔디, 인스턴트 티와 커피, 발열팩 등이 제공된다.

김연주 인턴기자(이화여대 영문과 3년)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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