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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어떻게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나 설화적 상상력 가득한 다섯 이야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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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은 어떻게 그들을 괴물로 만들었나 설화적 상상력 가득한 다섯 이야기 속으로

입력
2014.02.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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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분단의 상처와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주로 다뤄온 소설가 임철우(60)의 새 연작소설이다. 등단한 지 33년째, 장편소설 이후 4년 만에 낸 책. 그런데 '기담'이다. 일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가상의 산골 소읍 황천을 배경으로 흡사 '옛날 옛적에'로 시작하는 이야기들처럼 기묘하게 펼쳐지는 다섯 편의 단편들은, 작가의 표현을 빌면, "스스로 욕망의 화신이 되거나, 욕망에 사로잡힌 타자들에 의해 괴물과 유령으로 변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다.

저승을 환기시키는 소설 속 황천이라는 지명은 일제시대 금광채굴지역이었다 지금은 퇴락한, 이제는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황금개울 '황천(黃川)'이다. 이곳에는 한번 맛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황홀한 술이 여인 삼대의 비법으로 주조돼오다 안타깝게 명맥이 끊겨버린 이야기('칠선녀주')가 있으며, 동성애자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 나비가 돼 마을을 떠도는 곱디고왔던 청년 교사와 스스로의 진실과 대면할 용기가 없어 이 교사를 비겁하게 배신했던 이발사('나비길')가 있다. 금광 채굴에 미쳐 자식마저 죽게 만든 사내는 36년 만에 금광을 빠져 나와 자신을 외면했던 아내를 찾아가지만 그가 황금이라며 내놓은 것은 커다란 돌덩이일 뿐이며 그는 출산하듯 가랑이 사이로 흉측한 괴물을 쏟아낸 후 구렁이 허물 같은 기묘한 덩어리로 변해버린다('황금귀').

마지막 두 편의 소설은 우주적으로 분출하는 성적 상상력으로 흥건하게 슬프고 질펀하게 웃긴다. 네 개의 유방을 가진 팔순의 여인이 왕벚나무가 활짝 피었다 지는 일년의 단 하루 휘영청 차오른 젖으로 이런저런 한을 품고 죽은 사내들의 원혼을 새끼처럼 품는가 하면('월녀') 술집 여인은 사랑을 나눈 후 아랫도리가 철커덕 붙어버린 두 남녀가 동상에 걸리지 않게 술독에 담가놓았다가 마침내 어머니가 전수해주지 않았던 '명주'의 비법을 새롭게 찾아낸다('묘약').

작가는 "언젠가부터 소설이 갖고 있는 '이야기로서의 힘'이랄까 설화적 상상력의 무한한 자유로움에 대한 절실한 욕망"을 갖게 됐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 그 시도로 씌어진 이 소설들은 독자뿐 아니라 작가에게도 "새롭고 행복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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