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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여…" 40년째 목이 메어 불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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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여…" 40년째 목이 메어 불러보다

입력
2014.02.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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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40년 전에 내가 빌려준 100원을 아직도 안 갚으면 어쩌냐? 저승에서는 잘 지내지?"

21일 경남 통영시 정량동 이순신 공원 내 통영해상순직장병위령탑 앞에 나이 일흔을 바라보는 예비역 해군 30명이 모였다.

생업을 제쳐 두고 모인 이들은 1974년 2월 22일 오전 통영시 장좌섬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군 예인정(YTL정) 침몰사고 당시 살아남은 해군병 159기다. 당시 이순신 장군 위패를 모신 충렬사를 참배하고 회항하던 중 돌풍으로 배가 침몰, 배에 탄 해군과 해경 장병 316명 가운데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순직한 해군과 해경 159명이란 숫자는 해군병 159기 기수 순서와 같다.

사고 이후 매년 열리는 위령제가 올해로 40주기를 맞았다. 해군병 159기와 해경 11기의 노력으로 2007년에 위령탑이 세워졌고 근처 비문에는 순직 장병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매년 예비역 해군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이날 위령제에 김병관 해군병 159기 동기회 고문도 모습을 보였다. 그는 "통영 강구안에서 초라한 위령제를 지낼 때는 사고 당시처럼 비바람이 몰아쳤다"면서 "위령탑을 세우고 나니 위령제를 지내는 날은 이렇게 날씨가 맑다"며밝게 웃었다. 당시 해군병과 해경은 기초군사교육을 함께 받았는데 충렬사 참배는 교육 수료를 앞두고 진행하는 행사였다. 6개 중대가 2개 조로 나눠 배를 타고 이동, 충렬사를 찾았는데 1차 참배자들이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들은 교육성적이 우수한 중대원이었다.

장성일(62) 해군병 159기 동기회 회장은 "정신없이 헤엄을 쳤고 구조대가 던져준 구명조끼를 잡고 살았다"며 "아수라장이 됐던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세월은 40년 넘게 흘러 연락이 닿는 전국의 동기생들은 이제 100명 정도다. 예년처럼 평범하게 진행된 올해 위령제는 국민의례, 순직 영령에 대한 경례, 헌화와 분향, 조총 발사와 묵념, 추모사, 추념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병관 고문은 이날 위령제에 맞춰 직접 쓴 '바다의 사나이들이여'라는 추모시로 추념사를 대신했다. 그는 "40년 전 은초록의 바다에 던져진 전우들이여/ 그날은 바닷물도 너무나 차가웠다…이제 그리움도 사랑도 성냄도 미움도 다 내려놓고/ 대자유의 화신이 되어 이 조국 이 강토를/ 더욱 빛나게 지켜주소서"라고 기원했다.

통영=이동렬기자 d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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