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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월 22일] 판정 시비 왜소하게 만든 아름다운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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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월 22일] 판정 시비 왜소하게 만든 아름다운 김연아

입력
2014.02.2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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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은 끝내 '피겨의 여왕' 김연아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전날 쇼트 프로그램에서부터 급부상한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프리 스케이팅 실수에도 불구하고 149.95점을 얻었다. 반면 무결점 연기를 펼친 김연아에게 주어진 점수는 144.19점. 러시아의 '텃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올림픽 2연패는 무산됐다. 하지만 밤을 새우며 '아디오스 노니노' 4분10초간을 지켜본 우리는 행복했다. 채점 논란을 넉넉히 초월할 수 있을 만큼, 김연아는 정밀하고 아름다운 절정의 순간을 펼쳐냈다.

프리 스케이팅 경쟁은 드라마였다. 김연아와 마찬가지로 소치 올림픽을 고별무대로 삼은 일본의 아사다 마오는 쇼트에서 또 다시 넘어지는 좌절을 겪었다. 하지만 불굴의 정신력으로 트리플 악셀에 성공함으로써 수년 간 그를 옥죄었던 악몽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소트니코바의 기세도 김연아를 압박할 만 했다. 전날 쇼트에서 불과 0.28점 차로 김연아를 바짝 추격한 그는 트리플 점프 7회, 고난도 스텝 시퀀스와 레이백 스핀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두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놀랄만한 고득점을 챙겼다.

김연아는 고요하고 의연했다. 고국의 시청자들은 작은 실수라도 러시아의 홈 어드벤티지를 정당화 하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마음을 졸였지만, 김연아는 스케이팅을 완전히 지배했다. 감미롭고 슬픈 반도네온의 탱고 선율에 실린 그의 스케이팅은 봄날의 실바람처럼, 운명의 칼날처럼 영혼의 피겨(figureㆍ무늬)를 그려냈다. 우리는 메달 다툼 따위를 넘어서는 스포츠의 드높은 경지를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우면서도 압도적인 예술이었다. 완전성을 향해 부단히 나아가는 인간 의지의 정수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순정(純情)한 도전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올림픽 2연패 위업을 이룬 이상화나, 두 번 넘어지고도 포기하지 않고 결승선을 향해 질주한 박승희, 막판 스퍼트의 진수를 보여준 심석희 등. 그 아름다운 청년들, 그리고 김연아의 도전과 성취를 함께 했기에 우리는 기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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