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 주지 못해 미안해. 대신 아파 주지 못해 미안해. 더 사랑해주지 못해 미안해."
21일 오전 부산 금정구 남산동 부산외대 체육관에서 열린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 희생 학생 합동영결식에서 태국어과 새내기 고 김진솔씨의 아버지 김판수(53)씨는 유족대표 인사에서 딸을 먼저 보낸 아픔을 이렇게 토로하며 오열했다.
이날 합동영결식은 김씨와 고 고혜륜(19ㆍ여ㆍ아랍어과), 박소희(19ㆍ여ㆍ미얀마어과), 양성호(25ㆍ미얀마어과), 윤체리(20ㆍ여ㆍ베트남어과), 이성은(21ㆍ여ㆍ베트남어과)씨를 함께 떠나 보내는 자리였다. 해군 군악대가 연주하는 진혼곡이 울리는 가운데 오전 10시15분쯤 도착한 유족들은 딸, 아들의 영정과 위패를 보자마자 오열했다. 박소희씨 어머니는 식장에 들어서다 풀썩 주저 앉았고, 부인을 위로하며 애써 울음을 참던 윤체리씨 아버지는 딸의 명예졸업장을 건네 받자 가슴을 치며 통곡했다.
정해린 부산외대 총장은 숨진 학생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른 뒤 "죽음이란 단어를 알기엔 너무도 어린 나이에, 특히 대학이 어떤 곳인지조차 경험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학생들을 생각하면 말문이 막힌다"며 "우리는 이들이 얼마나 숭고한 청춘이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삶을 살았는지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말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학생들의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고 말했고, 허남식 부산시장은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그대들을 지켜주지 못한 만큼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영결식에는 유족과 교직원, 학생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또 새누리당 남경필, 서병수 의원과 김관용 경북도지사, 오거돈 전 해양부 장관 등 각계 인사가 참석했고, 전날 장례를 치른 고 박주현(18ㆍ비즈니스일본어과)씨 가족도 함께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여야 대표 등은 조화를 보냈다.
사고 당시 촬영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변을 당한 고 최정운(43)씨의 영결식은 이날 부산 좋은강안병원에서, 고 강혜승(19ㆍ아랍어과) 김정훈(20ㆍ미얀마어과)씨의 장례식은 울산하늘공원과 일산백병원에서 각각 치러졌다. 이로써 희생자 10명의 장례가 모두 마무리됐다.
한편 부산외대는 이날 열릴 예정이던 학위수여식을 26일로 연기하고, 조만간 피해 학생 9명을 기리는 추모비를 교정에 건립하기로 했다.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