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쯤부터 위염 증세가 시작되었다. 아마도 유통기한이 지난 두부를 먹은 것이 원인인 듯했다. 이후부터는 무엇을 먹어도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다. 나는 육체가 감지하는 물리적인 통증은 잘 견디는 편이어서 약국에서 위장약을 사서 먹는 것으로 어떻게든 위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병원에는 정말 가기 싫었던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나 병원 가는 것을 싫어했던지, 연말 정산을 하기 위해 의료비 지출 내역을 떼어보니 작년 한해 동안 내가 병원에서 지출한 돈은 고작 6,800원이 전부다. 잠시 요통이 왔을 때 침을 한 번 맞았을 때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위염은 쉽게 나를 놔주질 않고 괴롭히는 것이어서 꽤나 애를 먹었다. 결국 나는 위통 발생 닷새째에 주변 사람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아주 친절한 여자분이셨는데, 아플 때는 그리고 더군다나 마흔을 넘어선 나이라면 가까운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병원에서 내려준 처방은 아니나다를까 위염이었고 삼일치 약을 처방해주었다. 나는 성실하게 처방한 약을 먹었는데 놀랍게도 하루가 지나자 위통이 모두 사라지는 것이었다. 고통과 아픔을 견딘다는 것에 대한 어떤 환상이 '성숙'이라는 개념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지 일부러 병을 견디는 이들이 있는데, 그러다가 병을 키우면 성숙의 기회는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 아프면 참지 말고 병원에 갈 일이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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