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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신' 박찬경 감독, "굿은 총체적인 오락… 그래서 영화와 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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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신' 박찬경 감독, "굿은 총체적인 오락… 그래서 영화와 비슷하죠"

입력
2014.02.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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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들은 그를 박찬욱 감독의 동생으로 종종 기억한다. 미술 동네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영화판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며 진화해온 그의 행보를 감안하면 부당한 대우다. 3월 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만신'을 접하면 그 부당성을 더욱 선명히 인지하게 될 듯하다.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유명한 만신(큰 무당)인 김금화 선생의 삶을 다큐멘터리와 드라마를 버무려 재구성한 이 독특한 영화는 박찬경 감독의 독자적인 가치를 알린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 시간의 통로를 만들고 영화와 현실의 구분을 뭉개는 이 영화는 무속 그 자체다. 20일 오후 서울 동작대로의 한 영화관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만신'은 김금화 선생의 삶에 우선 초점을 맞춘다.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태어나자마자 죽을 뻔했으나 가까스로 살아난 사연을 시작으로 일제의 징용을 피하려다 열 넷부터 겪어야 했던 모진 시집살이, 신내림, 6ㆍ25전쟁 중 좌우 양쪽으로부터 당해야 했던 고초, 새마을운동으로 상징되는 근대화 물결에 밀려 미신으로 천대 받던 시절 등이 스크린을 관통한다. 김 선생의 무속인으로서의 신산한 삶은 근대화가 전통문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면서도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되돌아본다.

박 감독의 무속에 대한 관심은 2007년쯤부터 시작됐다. 박 감독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무척이나 힘들던 시절"이었는데 "문득 계룡산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 여러 신흥종교의 발흥지인) 계룡산을 찾은 뒤 여러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되면서" 그는 곧 무속에 빠져들었다. "현대미술이나 음악보다 더 풍성한 문화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무속에 대한 남다른 관심은 영화 '신도안'(2008)으로 구체화됐고 김금화의 삶을 스크린에 옮기기에 이르렀다.

영화는 평범한 다큐멘터리이기를 거부한다. 흔들리는 카메라에 의해 흩어지는 이미지와 옛 가락의 박자를 맞춘 듯한 편집 등이 신묘한 무속 그 자체로 다가온다. 자료사진과 기존 화면들을 활용하는 전통적인 다큐멘터리 기법을 쓰면서도 재연 드라마를 영화의 곳곳에 배치했다. 김 선생의 어린 시절과 신내림을 받을 당시 모습, 70년대의 모습을 김새론과 류현경, 문소리가 각각 연기한다. 박 감독은 "대중들과 친숙한 배우들을 캐스팅해 무속이 좀 더 그들에게 다가가길 원했다"고 밝혔다.

영화 속 내레이션 중엔 이런 말이 있다. "(무당은 굿할 때) 칼날에 올라서잖아요. 그게 무당의 위치라고 봐요." 세상의 허다한 갈등 속에 죽은 자를 위로하고 산 자의 마음을 끌어안아야 하는 무당의 역할을 암시하는 말이다. 박 감독은 "굿은 총체적인 오락에 더 가깝다. 영화와 비슷한 점이 상당히 많다"고 주장했다.

박 감독은 형 박찬욱 감독과 2010년 단편영화 '파란만장'부터 공동연출 작업을 하고 있다. 2012년 단편 '청출어람'을 내놓은 데 이어 최근에 서울시 의뢰로 만든 '고진감래'를 인터넷에 선보였다. 박 감독은 "형에게 외부 의뢰가 들어오면 그때그때 함께 작업을 하게 된다. 아직 공동연출 할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엔 상업영화를 하고 싶다"며 "장르를 굳이 분류하자면 공포 미스터리물이 될 것"이라고 귀뜸했다.

미술평론으로 시작해 영상 아티스트, 영화감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온 박찬경 감독은 서울 국제 미디어아트 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이기도 하다. 그는 "공항에서 출입국 카드를 쓸 때 직업란에 '예술인'이라고 적는다"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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