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대표적인 농민항쟁인 '홍경래의 난'을 부추긴 것이 혜성이라고 말하면 이를 수긍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과장이지만 사실이다. 정조의 뒤를 이어 어린 순조가 왕이 된지 11년(1811), 지방관의 수탈로 민생이 도탄에 빠지자 평안도 시골의 지식인이었던 홍경래는 격문을 돌리고 군사를 일으켰다. 하늘에 나타난 혜성이 혁명의 전조라고 선동한 것이다.
혜성에 대해 잘못 말해 화를 당한 이도 있다. 조선시대 남이 장군은 밤하늘에 혜성이 나타나자 '혜성은 묵은 것이 없어지고 새 것이 나타날 징조'라고 말했다가 역모 혐의를 뒤집어쓰고 처형당했다.
역사 천문학을 연구하던 안상현 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 사서들에 천문 관측 자료가 풍부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의 기록들을 분석하며 사료 속 별똥과 별똥비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우리 역사 속의 혜성 이야기를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혜성에 대한 옛이야기와 옛 학자들의 생각은 어땠는지, 서양의 천문학이 어떻게 동아시아에 전파됐는지, 우리 학자들은 서양에서 온 이론에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자신의 지적 탐험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저자는 '삼국사기' '삼국유사' '고려사' 등 옛 문헌 속에 잠자고 있던 혜성 이야기를 찾아내 선조들이 바라봤던 옛 하늘을 꺼내 보여준다. 조선시대에는 관상감이라는 천문학 관청에 속한 천문학자들이 날마다 하늘을 관측해 국왕과 조정에 결과를 보고했다고 한다. 이 같은 보고서에서 핼리 혜성에 대한 기록도 찾아볼 수 있다.
책 말미에 저자는 "혜성이 우리 몸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물과,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과 같은 유기물을 지구로 가져다 준 고마운 존재"라고 했다. 혜성에 대한 애정을 역사와 결부시킨 것이 이 책이다. 천문학자와 아마추어 천문인, 그리고 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주의 깊게 읽어볼 만한 책이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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