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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격변기에 만든 12개 지도, 그 속에 투영된 시대적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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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격변기에 만든 12개 지도, 그 속에 투영된 시대적 욕망

입력
2014.02.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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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가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됐을까. 뻔한 답은 '길을 잃는다'이다. 하지만 지도는 여기서 저기까지 어떻게 가는지를 묻는 질문만 아니라 훨씬 더 많은 질문에 답한다.

제리 브로턴 영국 퀸메리대 교수가 쓴 는 원제 'A History of the World in 12 Maps'에서 보듯 기원전 700~500년에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최초의 세계지도 바빌로니아 점토판, 중세 유럽의 세계 지도, 조선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강리도), 2012년 구글어스 등 세계사의 주요 국면에 제작된 12개의 지도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이들 12개 지도에서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계, 관용, 돈, 민족, 지정학, 평등, 정보 등 12개의 '욕망 코드'를 읽어낸다. 역사적 맥락에서 다룬 기존 지도책과는 사뭇 다르다.

브로턴 교수는 "지도는 제작자와 사용자의 끝없는 타협 끝에 탄생한 것으로 사회적 욕망이 그대로 투영된 시대의 거울"이라고 정의한다. 예컨대 1507년 독일의 마르틴 발트제뮐러가 만든 '프톨레마이오스의 전통과 아메리고 베스푸치 등의 행하를 기초로 한 우주형상도'는 탐험과 발견, 새로운 정보 반영의 욕구를 드러낸다. 우주형상도는 '아메리카'라는 이름이 처음 등장한 일종의 '미국의 출생 증명서'로 여겨지는 지도다. 아메리카는 성경이나 유럽의 기존 문헌에 등장하지 않아 당시 유럽인들은 그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프랑스의 카시니 드 튀리는 측지학과 삼각측량으로 프랑스 전체를 측량해 8만6,400대 1의 축적으로 최초의 국가 지도인 프랑스 지도를 1756년 제작했다. '국가'는 이전까지 사람들 머릿속에만 자리한 개념이었으나 카시니의 지도는 이를 시각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국가가 이런 것이라는 실체를 인식하게 했다. 저자는 "1790년대 '국가주의 또는 민족주의'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고 카시니 지도가 프랑스혁명이라는 이름으로 국유화됐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니다"라고 평했다.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1402년 조선이 만든 '강리도'다. 조선 초기 권근(1352~1409)이 서문을 붙인 강리도는 동아시아 최초의 세계지도이면서 조선을 표현한 첫 지도다. 저자는 이를 "세계 최강의 고대 제국에 지도 제작으로 대응한 것이며 조선이 자국의 자연 지형과 정치 지형을 동시에 인식해 만든 지도"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강리도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거대하게 그린 중국은 동아시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뜻이고, 중국 다음으로 크게 그린 조선은 중국 너머의 세계를 보려는 조선의 의지라고 해석한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지도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지구 어디서든 위치를 알려 주는 인터넷 지도 덕에 우리는 길 잃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디지털 지도가 초래할 인류의 미래가 도리어 암울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지도와 그 관련 정보를 독점하면서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도가 정치적 의도로 조정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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