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트리뷴 비판, AFP통신 “논란이 많은 금메달”
김연아(24)가 여자 피겨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남을 만큼 무결점 연기를 펼쳤음에도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에게 금메달이 돌아가자 판정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21일(한국시간) 김연아 경기 직후 “소트니코바가 심판 판정 덕에 구 소련 이후 러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가 됐다”며 “이는 피겨스케이팅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경제 전문지 월스트리트저널은 김연아의 점수가 발표되자 ‘충격’이라는 표현으로 판정의 의외성을 강조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은 ‘홈 아이스 어드밴티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려 소트니코바가 채점에서 홈 이점을 챙겼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소트니코바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상황에서 김연아를 2위로 밀어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퀴프는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트니코바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채점이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제기했다. 원조 ‘피겨 여제’ 카타리나 비트(49)는 경기가 끝난 후 독일 방송에 출연해 “이해할 수 없고 다소 실망스럽다”는 관전평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김연아의 우상이었던 미셸 콴은 자신의 트위터에 “믿을 수가 없다”며 심판 판정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심판진에 대한 불신도 터져 나왔다. 미국 일간 USA투데이는 “더 나은 경쟁자들보다 어린 러시아 선수에게 점수를 더 많이 준 9명의 심판 중 한 명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때 판정을 조작하려다 1년 자격 정지를 받은 사람이고 또 한 명은 러시아 피겨스케이팅협회 회장의 부인”이라고 지적했다. 참가 선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표출됐다. 애슐리 와그너(미국ㆍ193.20점)는 쇼트와 프리스케이팅 모두 실수 없이 연기를 펼쳤지만 번번이 넘어졌던 율리야 리프니츠카야(러시아ㆍ200.57점)나 아사다 마오(일본ㆍ198.22점)보다 낮은 총점을 받아 최종 7위에 그쳤다. 그는 “속았다는 느낌”이라며 특히 리프니츠카야의 점수에 문제가 있다면서 “러시아 선수에 대한 편파 판정”이라고 주장했다.
소수지만 판정이 옳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김연아가 흠잡을 데 없이 연기했지만 그의 프로그램은 소트니코바를 몰아내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세 번의 남자 싱글 금메달을 딴 엘비스 스토이코(캐나다)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판정은 완전히 공정했다”며 “소트니코바는 준비가 된 선수였던 반면 김연아는 그를 뛰어넘을 정도로 기술 점수를 받기에는 다소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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