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론은 박근혜 대통령 경제비전 즉 '근혜노믹스'의 핵심 주제다. 대통령 선거 때에도 창조경제를 강조했고, 집권 후 역시 창조경제를 언급했다. 창조경제를 담당할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됐고, 정권 출범 후 모든 정책들은 '창조'란 이름이 붙어 나왔다.
하지만 창조경제의 주체이자 수혜자가 되어야 할 기업들은 여전히 창조경제에 대해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본보 설문조사(188개 기업 대상) 결과, 창조경제 정의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5%에 불과했고, 84%에 달하는 159개 기업은 창조경제의 의미를 '전혀 모르겠다'(34%)거나 '부분적으로(혹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다'(50%)고 답했다. 정부가 1년 내내 창조경제를 얘기했음에도, 기업들의 이해도가 이렇게 낮다는 건 창조경제 자체의 한계이거나 추진방식의 실패, 둘 중의 하나이다.
개념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보니, 창조경제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창조경제가 제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기업의 84%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그 중 절반이상이 '모호한 개념'(32%)과 '관련부처의 이해 및 추진력 부족'(29%)을 창조경제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창조경제 정의도 제 각각이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 개척'(38%)으로 보는 기업도 있고, '일자리 창출'(24%)이라고 답한 기업도 있고, '대ㆍ중소기업 상생'(12%)이라고 정의한 기업도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창조경제론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다면 '창조경제는 만병통치약이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ICT, 동반성장 등 정부 부처에 따라 창조경제 정의가 다 달라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정책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아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정부 역시 창조경제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 무려 69%가 '정책방향성의 구체화'를 꼽았다.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1년에 대해서도 실망감이 드러났다.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평가한 기업이 86%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부처와 부처, 부처와 기업간 소통 부족'(45%)을 가장 많이 꼽았고, '관련 공무원의 이해 부족'(22%)과 '제도미비'(14%)가 뒤를 이었다.
심지어 기업들은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창조경제 관련 핵심정책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답변 일색이었다. 미래부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정책이라고 내놓은 창조경제타운, 창조경제혁신센터, 무한상상실, 빛 마루 등에 대해 '어떤 곳인지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79%의 기업이 '잘 모른다'고 답했다.
미래부가 창조경제 아이디어 모집을 위해 만든 창조경제타운을 이용해본 기업 역시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타운에 대해 '존재 여부를 몰랐다'(62%)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관심 없다'(10%), '절차나 방법이 어렵다'(6%)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피드백이 없어 효과가 없다'(4%)는 기업도 있었다. 한 중소벤처기업 관계자는 "창조경제타운의 핵심은 전문가들이 각종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멘토링 시스템"이라며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창조경제타운 홈페이지에 아이디어를 올렸지만 5주가 넘도록 아무런 멘토링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간주도의 창조경제 토양을 만들기 위해 설립한 '민관합동 창조경제 추진단'에 대해서도 평가는 인색했다. 50%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총 40여명의 추진단 인적 구성 중에 중기ㆍ벤처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인사는 5~6명에 불과하다"며 "이게 창조경제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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