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0만원대까지 등장… 소치 하늘서 입체적 중계·테러 감시 맹활약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0만원대까지 등장… 소치 하늘서 입체적 중계·테러 감시 맹활약

입력
2014.02.20 18:32
0 0

● 개발 역사 100년 넘어美1, 2차 세계대전 때 연구베트남전에 첫 실전 투입2001년 아프간 공격서 종횡무진기술력은 현재 이스라엘이 주도케네디 대통령 형, 시험하다 사망마릴린 먼로는 데뷔 계기 되기도● 쓰임새 무궁무진위험한 곳 저비용으로 접근 가능방송·영화 제작 현장서 이용 활발밀엽 감시·시험 감독에 쓰이기도● 부작용 우려도 커져남의 집안까지 들여다볼 수 있고조작 미숙하면 사고 위험도 높아美 10개 州선 사용 제한 입법 추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은 예전과 다른 방송 영상들로 눈길을 끈다. 스노우보드와 스키점프 등에서 허공으로 날아오른 선수들의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옆에서 같이 날면서 찍은 듯한 영상들이다. 비행기나 헬기까지 동원해 촬영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모두 무인비행체 '드론(drone)'의 작품이다. 드론은 경기 중계뿐 아니라 테러 감시용으로도 투입돼 12대가 소치의 하늘을 지키고 있다. 덕분에 이번 동계 올림픽은 사상 처음 '드론 올림픽'으로 기록됐다.

드론은 군사용 무기부터 방송 영화 등 콘텐츠 제작, 택배, 완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임새가 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활약만큼 사생활 침해 등 사회적 논란도 커지고 있다.

100년의 역사

드론은 비행시 모터에서 나는 소음이 마치 벌이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소리 같아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비교적 최근 발명된 것 같지만 실제 역사는 한 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무기였다. 교류시스템을 개발해 발명왕 에디슨의 시기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크로아티아의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는 1900년대 초반 사람이 타지 않는 무인 비행선 이론을 제시했다. 자신이 처음 고안한 레이더와 무선통신 원리를 적용해 원격 조종이 가능한 무인비행선으로 조종사의 목숨을 아끼겠다는 생각이었다.

현실화되지 못했지만 미국은 테슬라의 노트를 확보, 꾸준히 연구했다. 1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18년, 미국은 80㎞ 정도 날아가 날개가 분리되며 동체 폭탄으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무인 비행기 '케터링 버그'를 개발했다. 그러나 성공률이 낮아 실전 배치되지 않았다.

이후 1930년대 라디오플레인사는 대공포 사격용 무인 표적기 '데니 드론'을 만들었다. 개발자인 영화배우 레지널드 데니의 이름을 딴 이 무인기는 2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1만5,000대가 생산됐다. 이 곳에서 무인기에 페인트칠을 하던 한 여성이 육군 사진병 눈에 띄어 잡지에 실리게 됐는데, 그가 바로 세계 남성들의 영원한 연인 마릴린 먼로다.

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4년, 미 해군은 폭격기에 폭탄을 가득 채워 이륙한 뒤 조종사가 낙하산으로 뛰어내리면 무인비행 후 목표지점에 충돌하는 '엔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형 조셉 케네디가 실험기를 조종하다가 폭탄이 너무 일찍 터져 도버해협 상공에서 목숨을 잃는 등 성공률이 낮아 폐기됐다.

미국이 드론을 처음 실전 배치한 것은 베트남전이다. 1950~60년대 정찰용으로 '파이어비'라는 무인제트기를 개발해 3,400여회나 출격했다. 하지만 베트남전이 끝나자 미국은 드론연구를 접었고 이후 주도권은 이스라엘로 넘어갔다. 이스라엘은 1970~80년대 드론 개발을 주도했고, 2001년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투입된 미국의 '프레데터'등 세계 각국의 드론은 이스라엘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진화 또 진화

출발은 무기였지만 지금 쓰임새는 무한대에 가까울 만큼 넓어졌다. 미국 일리노이주는 드론을 띄워 불법 수렵을 감시하고 있고, 벨기에에서는 학교의 시험 감독관 역할을 하는 드론의 동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은 책을 주문하면 드론으로 30분 이내 배송을 하는 '프라임 에어'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특히 영상 제작 분야에서 활약이 눈부시다. AP와 뉴스코러페이션, BBC 등 언론사들은 드론으로 기자가 접근하기 힘든 현장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송국들이 각종 예능 프로그램과 영화 촬영에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설경구 정우성 한효주가 주연한 영화 '감시자들'에서 서울의 건물숲을 내려다 보듯 찍은 장면이 바로 드론의 작품이다.

앞으로도 드론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미국 컨설팅업체 틸그룹은 민간과 군용을 포함한 세계 드론 시장이 지난해 66억달러에서 2020년 114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드론이 주목 받는 이유는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많은 인건비가 들어가는 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온갖 험난한 환경에서도 운용할 수 있는 드론은 비용 절감과 직결된다. 그래서 미 연방항공청(FAA)은 내년까지 드론의 상용 운항을 허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새로운 변수

하지만 드론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집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보니 사생활 침해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빅 브라더'논란을 빚는 CCTV는 그나만 공공목적이지만, 드론은 사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다.

그러다 보니 미국 내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미주리 등 미 10개 주에선 의회가 드론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이들은 국가 안보와 관련 있는 상황 외에 드론 사용을 엄격히 제안하자는 입장이다.

안전도 문제다. 최근 10만원 대까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손쉽게 누구나 드론을 구할 수 있게 됐는데, 조작미숙으로 사람이나 시설과 충돌해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국내에선 드론 사용법이 따로 없고 항공법을 따르고 있다. 항공법에서는 ▦자체 중량 150㎏ 이상이면 무인항공기 ▦이하는 무인비행장치로 구분한다. 무인항공기는 반드시 등록을 해야 하고, 드론을 포함한 무인비행장치도 중량이 12㎏ 이상이면 국토부에 신고해야 한다.

12㎏ 이하는 신고의무가 없으나 사업용으로 사용할 경우 중량에 상관없이 초경량비행장치사용 사업자등록을 하고 조작자는 항공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더불어 어떠한 비행체도 항공법에서 정한 비행금지구역을 허가없이 비행할 수 없다.

드론 사용이 늘면서 국토부도 별도 법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서 올해 말까지 드론 조종자격, 안전기준 등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인데 세계 각국이 여기에 준해서 관련 법을 정비할 것"이라며 "그러나 사생활 보호 문제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다른 법안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